한무영 교수의 '빗물 칼럼' (14)

 

[이투뉴스 칼럼/ 한무영] 스포츠나 게임에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있다. 이기기 위해서는 공격할 때 뭉쳐야 하고, 수비를 할 때에는 상대방의 힘을 분산시키는 작전이 필요하다. 빗물과의 전쟁에서도 이 말이 통한다. 빗물의 양과 힘을 분산시키고 모든 사람이 힘을 합치는 빗물관리가 필요하다.

현재의 방법은 모든 빗물을 빨리 하천에 몰아넣고 하천에서 방어하는 셈이다. 이 경우 비가 설계치보다 많이 오면 하천의 댐이나 제방을 더 높고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비는 매년 오기 때문에 일 년 이상 걸리는 공사로는 다음 해의 비에 대한 안전성을 보장하지 못한다.

하천을 직강화하는 것도 문제이다. 빗물의 에너지를 분산시켜 주는 자연석을 빼내고 콘크리트로 반듯하게 빗물의 고속도로를 만들므로 분산되어 내려온 적의 힘을 뭉치게 해 준 셈이다. 공사를 한 곳에서는 물이 잘 빠져 피해가 없을지 모르나 하류에서는 뭉쳐진 빗물의 엄청난 에너지로 인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한국처럼 산지가 많은 곳에서는 더욱 위험하다.

기존의 빗물 관리방법으로는 하류 제방의 붕괴 위험은 물론 흙탕물로 인한 생태계 파괴 등으로 국민 모두가 계속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와 같은 방법은 안전하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힘이 세진 빗물을 하천에서 막는 것이 아니라 빗물이 떨어진 자리에서 힘을 최대한 분산시킨 다음 막아 보자. 빗물이 떨어지는 모든 면에 걸쳐 빗물을 담아 두고 땅속에 침투시키면 빗물의 유출량과 에너지를 분산시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하천의 자연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여 빗물의 힘을 줄여 주자. 에너지가 약해진 빗물은 기존의 하천에서 쉽게 감당할 수 있어 하류에 홍수나 흙탕물의 피해를 줄여 줄 수 있다. 일단 다스려진 빗물과 땅속에 보충된 지하수는 사시사철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은 전혀 새롭지도 않고 비용이 적게 든다. 우리 선조들이 해 왔듯이 산기슭에 크고 작은 저수지를 만들고 논을 만들어 빗물을 가두고 땅속에 침투시켜 빗물의 양과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전 지역에 걸쳐서 모든 사람이 동참해야 한다는 점이다.

홍수의 위험이 없는 상류에서도 하류지역의 사람을 생각해 빗물을 분산시키는 시설을 만들어야만 전체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빗물을 분산시켜 다스리는 빗물관리의 철학을 이해하고 그 부족분을 계산하여 첨단 시설로 보충하면 된다.

빗물과의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빗물의 힘을 분산시키고 국민이 뭉쳐야 한다. 당장 해야 할 일은 힘을 합쳐 수해복구를 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 분산형으로 빗물을 다스리는 정책을 재검토하자. 이를 위해 빗물유출저감시설의 설치를 촉진하는 법률과 시행세칙이 하루 빨리 제정돼야 한다. 비를 다스리느냐, 다스림을 받느냐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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