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계두 대덕연구개발특구본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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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성장동력의 8할이 대덕연구개발특구를 거쳤다 해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다. 이곳은 지난 30여년간 '대덕 연구단지'란 이름으로 한국 과학기술의 산실을 자임해 왔다. 국내 이공계 박사급 연구인력의 10%가 대덕특구에 적을 두고 있다.

이제 대덕특구는 태동기, 형성기를 거쳐 도약기로 접어 들었다. '대한민국 최고'라는 찬사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속의 대덕'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이번 세계사이언스파크총회 유치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2005년 특구출범과 함께 설립된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는 특구를 초일류 혁신클러스터로 거듭나게 유도하고 돕는 곳이다. 강계두 특구지원본부 이사장<사진>이 이곳 수장으로 취임한 것은 2008년 12월. 대덕특구가 막 도약대에 오를 즈음이다.

지난 16일 대전 집무실에서 본지와 만난 강 이사장은 "과학기술이란 달성이 어려운 과업, 일종의 꿈"이라고

운을 뗐다. "특구를 5년내 세계 5위권 클러스터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장본인의 낙담쯤으로 오해받을 법한 말이다. 하지만 그의 가늠쇠가 '꿈'을 정조준하고 있음을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강 이사장은 "기술의 사업화는 열매를 맺는 것"이라며 "실험실이나 캐비넷에 잠자고 있는 기술이 많은데, 이를 기술사업화(R&BD)하는 것도 우리에게 부여된 미션"이라고 말했다. 서랍 속에 방치된 과학기술을 현물화하고, 이를 연구개발에 재투자해 선순환 구조를 가져가는 게 임기중 목표의 하나라고 했다.

물론 모든 게 탄탄대로 위에 놓여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30년 이상 무려 40조원이 투입된 대덕특구의 성과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즉답이 애매해진다. 정부출연연구소는 정부 세금으로 운영돼 성과가 잘 보이지 않고, 대기업과 중소 및 벤처기업은 여전히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취약한 제조기반은 R&BD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모두 강 이사장이 하나하나 풀어야할 매듭이다.

그는 이런 난제를 풀 해법으로 '소통'을 제시하고 있다. 또 그 소통을 이어줄 매개로는 '문화'를 지목한다. 산ㆍ학ㆍ연이 문화에 기반한 열린 네트워크를 구성해 시장 중심, 수요자 중심의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강 이사장은 "과학기술만의 대덕특구는 안된다. 과학기술과 비즈니스, 문화가 어우러져야 한다"면서 "요즘 지원본부가 그 문화 만들기에 열중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강 이사장은 취임 이후 대덕특구의 디지털네트워크인 대덕특구포털(www.ddi.or.kr)부터 만들었다. 매주 두번째 화요일 특구 내 정부 출연연구소 기관장들이 모여 아젠더를 공유하는 '이화회'도  운영 중이다.

"입주사들의 복지도 우리 임무"라면서 각종 체육공원과 스포츠센터, 게스트하우스, 골프장, 어린이집, 복지센터 등도 독립채산제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우수기술 사업화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대덕테크비즈센터(TBC)를 성공적으로 건립했지만, 게스트하우스는 하나 더 지어야 한다"고도 상기했다.

460억원을 들여 지하 4층, 지상 11층 규모로 건립된 TBC는 유망기술을 발굴·이전하고 기술창업부터 마케팅, 경영 컨설팅까지 비즈니스 업무 일체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의 기술사업화 지원허브다.

강 이사장은 "인근 세종시에 대기업 등이 들어서면 취약한 제조기반이 보강돼 이곳 대덕특구와 시너지를 내게 된다"며 "기술의 사업화를 조금이라도 늘리는 것이 연구원들에게 금전적 보상 이상의 사기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세계사이언스파크총회 개최에 거는 기대와 자부심도 남다르다. 

강 이사장은 "미국이든, 개도국이든, 자원부국인든 특구를 한번 와본 사람은 '아, 이거 하나 사들였으면 좋겠다'는 얘길 한다"며 "이번 총회를 계기로 이런 한국형 STP의 경험과 노하우를 널리 알리는 것이 곧 대덕의 기술을 해외로 수출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원전 수출 기술의 95%는 대덕에서 나왔다. 원전수출이 그러했듯 대덕이 갖고 있는 융·복합 기술을 잘 엮으면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두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덧붙여 말했다.

■ 강계두 이사장은 …  광주 출신으로 광주제일고, 고려대 행정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일본 히또츠바시대학원 석사를 수료했다. 제22회 행시로 공직에 입문해 기획예산처 재정협력과장, 교육정보예산과장, 국방예산과장, 기획예산담당관, 총무과장, 경제예산심의관, 행정재정기획단장, 국고국장 등을 역임하고 2008년 12월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대전=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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