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 "걱정말라더니 산업협회로 통합 종용"
초대 회장단 책임 사퇴…재요청 거부시 행정소송 불사

 

▲ 지식경제부 과천 청사

[이투뉴스]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관장하는 지식경제부가 1년 3개월째 특정 협회의 사단법인 설립인가를 거부하고 있어 그 배경과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 단체는 발전차액지원제 고시 개정 등 주요 정책마다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정부 측 진의를 놓고 무성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회장 김범헌 한라이앤씨·한라정공 대표)는 출범 이후 수십차례에 걸쳐 지경부 신재생에너지과에 협회 설립인가를 요청했지만 지금까지 승인을 얻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이 단체는 지난 2월 정부 당국자로부터 "협회 인가가 불가능하다"는 최후통첩을 받았다.

협회는 동양건설산업 등 수십킬로와트(kW)에서 수십메가와트(MW)급 발전사업자 100여개사가 참여해 지난해 1월 설립한 국내 최대 상업용 태양광사업자들의 모임이다. 국내에서 가동되는 태양광발전소 용량 가운데 80% 이상을 이들이 운영하고 있다.

애초 정부는 비슷한 시기 발족된 한국태양광산업협회(회장 민계식 현대중공업 회장)와 함께 이 단체의 인가 요청을 수용할 방침이었다. (본지 5월 18일자 보도 참조) 그러나 기정사실화됐던 협회 인가는 같은해 5월말 법인설립 인가를 받은 태양광산업협회와 달리 하반기, 연말 순으로 차일피일 미뤄졌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선 이 단체가 이른바 '4.29 고시' 전후로 정부 시책에 줄곧 강경한 반대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지난해 5월 말 지경부 담당 사무관은 인가를 재요청한 협회 임원에게 "발전사업자협회가 우리 정책에 반대를 하니, 위에서 보기에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유감을 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정부 당국자의 말이 "협회 등록은 결정된 사항이니 걱정하지 말라"(7월)에서 "연말까지는 모두 결정이 날 것"(11월)으로, 다시 "협회 인가신청이 많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12월말)로 번복(협회 측 일지)된 점은 협회를 바라보는 지경부의 시각변화를 말해주고 있다. 현재 지경부 측은 '협회 난립'과 '산업 미성숙'을 발전사업자협회 인가 거부사유로 꼽고 있다.

황수성 지경부 신재생에너지과장은 "신재생 분야의 협회 난립도 문제지만, 산업이 어느 정도 볼륨(규모)을 갖고 성숙된다면 당연히 세분화된 협회의 필요성이 있겠으나 지금은 아니라고 본다"며 "이 점은 해당협회에 충분히 설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황 과장은 "지난해 인가를 해주는 것으로 이미 결정된 사안이 아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전임자와도 (인가건으로) 얘길 해봤는데, 그럴 가능성을 분명히 얘기한 것 같다"며 정부 방침이 도중 변경됐음을 시인했다.

앞서 지경부는 협회 측에 불가 결정을 통보하면서 태양광산업협회 산하 편입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협회는 이미 정관변경 절차를 거쳐 발전사업 회원사 수용준비도 끝냈다는 게 황 과장의 전언. 산업군이 소재·설비-발전업으로 다른 두 협회가 통합하면 인가를 내주겠다던 1년전 정부 입장이 한쪽 협회만 승인이 떨어진 상태에서 되풀이된 셈이다.

이같은 정부 방침은 발전사업자협회 회원사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1일 열린 협회 임시이사회에선 "지경부 '사기극'에 협회가 놀아났다"는 거친 반응이 나왔다. 아울러 회원사들은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길재 초대회장(동양건설산업 대표이사)과 장동일 상근부회장(미래에너지 대표)의 사의를 수용했다.

이사회는 이날 ▶회장단 교체 ▶산업협회 등록 형평성 제기 ▶산업협회 편입 불가방침 불변 ▶우회등록 불가 ▶최종 거부시 행정소송 제기 등을 의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동일 전 상근부회장은 사퇴의 변을 통해 "정부를 믿고 지금껏 일을 끌어온데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한낱 협회 인가를 볼모로 정부가 이런 식의 치졸한 말바꾸기에 나서는 것은 두고두고 낯 뜨거울 일"이라고 일갈했다.

한편 협회는 지난 27일 임시총회를 열어 김범헌 한라이앤씨 대표이사를 신임 회장으로 추대하고 조만간 지경부 측에 정식 협회 등록 인가신청을 최종 접수키로 방침을 굳혔다. 협회는 이 과정을 통해 정부 측과 충분한 협의에 나선 뒤, 최종 불가시 예정대로 행정소송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범헌 신임 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 회장은 "이미 우리는 정부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과 태양광 산업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정부 정책이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조직이 되고자 한다"며 "정부도 협회가 영리 추구만이 아닌 국내 태양광발전기술의 국제 경쟁력 제고에 힘쓰고자 한다는 취지를 이해한다면 향후 좋은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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