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교수의 '빗물 칼럼' (15)

 

[이투뉴스 칼럼/ 한무영] "두껍아 두껍아 헌집줄게 새집다오" 어릴 적 흙장난을 하며 누구나 불렀던 노래다. 헌집을 주고 새집으로 만드는 것은 복두꺼비를 얻은 것같이 이득이 많이 남는 장사다.

하지만 반대로 새집을 버리고 헌집을 달라고 하는 것은 손해 보는 장사다. 우리나라의 물관리는 공짜로 주는 새집을 버리고 돈을 들여 헌집을 주는 정책을 하고 있는 듯하다.  

빗물은 한번도 쓰지 않은 물이니 새집과 같고 하수처리장 재이용수, 해수담수화는 헌집과 같다. 정부의 물 공급 대안으로 하수처리수나 해수담수화가 정책과 예산의 주요 아젠더로 들어가 있는 반면 빗물은 빠져 있거나 가장 소홀하게 다루고 있다. 새집은 버리고 헌집을 고쳐 쓰겠다는 정책이다. 수질적인 면, 심미적인 면, 에너지 관점에서 여러 가지 물공급 대안을 살펴보자.

물의 순환과정에서 보면 빗물에서 시작한 물은 계곡과 강의 상류, 중류, 하류를 거쳐 바다로 흘러간다. 가면서 오염물질도 점점 많아져 수질이 나빠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수를 처리해도 처리하지 못하는 물질들이 상당히 많이 녹아 들어있다.

일반적으로 처리 비용은 물속의 오염물질의 양에 비례하니 오염물질이 적은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이 가장 깨끗하고 처리비용이 적게 든다.

심미적인 관점에서도 생각해보자. 하수를 수질기준에 맞게 처리한 물과 빗물로 키운 토마토나 야채를 재배했을 때 어떤 것을 먼저 먹을까. 하수처리장 재이용수가 흐르는 실개천과 빗물이 흐르는 실개천 중 아이들이 어디에서 많이 놀까.

해수를 담수화한 물은 맛이 없어 그냥은 잘 못 먹는다고 한다. 잘 처리를 한다고 하지만 통상의 분석대상 물질이 아니거나 너무 소량이라 감지되지 않은 물질이 없다는 보장이 없다. 그러나 빗물은 미량의 대기오염 물질 이외에 다른 물질이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을 보증할 수 있다.

저탄소 시대의 에너지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물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처리와 운반에 비용이 든다. 하수처리수는 1톤을 처리하는데 1.2㎾h가 들어가고 바닷물은 처리하는데 5∼8㎾h가 든다. 멀리 보낼 때 드는 관로와 운송비용을 뺀 수치다.

반면 빗물은 떨어진 자리 근처에서 받으면 처리와 운송을 최소화할 수 있다. 약간의 처리와 지하 1∼2층에 있는 저장조에서 퍼 올리는데 드는 에너지로 0.001㎾h가 들어간다.

물론 빗물도 단점은 있다. 비가 내리는 시기가 일정치 않아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집중형으로 강에 큰 댐을 만들어 빗물을 모으고 있다.

마찬가지 논리로 분산형으로 조그만 여러 개의 빗물모으기 시설을 전체 유역에 만들면 훨씬 적은 비용으로 댐과 마찬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만약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댐보다는 빗물시설이 위험도를 분산시켜 물공급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 정부의 물공급 정책에는 빗물이 빠져있다. 새집은 모두 버리고 돈과 에너지를 들여서 헌집을 고쳐서 쓰겠다는 정책이다. 하수를 처리해서 헌집을 쓸 것인가 아니면 빗물을 모아 새집을 쓸 것인가. 상식적인 수준에서 우리나라의 물관리 정책의 대변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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