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교수의 '빗물 칼럼' (16)

 

[이투뉴스 칼럼/ 한무영] 국제물협회(International Water Association)에서 매월 발간되는 <WATER21>지 2008년 12월호에 표지기사로 스타시티의 빗물이용시설이 소개됐다. 한국은 물론 일본, 영국, 말레이시아 등지의 공무원과 시민단체, 언론매체 등에서 견학을 오고 그 규모와 설계철학에 감탄한다. 세계 제일의 빗물이용시설이 설치된 건물이기 때문이다.

스타시티는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1310세대의 주상복합단지로 35~58층에 이르는 건물 4개동으로 구성돼 있다. 단지 내에는 실개천과 분수, 잔디, 수목 등 조경시설이 있으며 2007년 3월 완공됐다.

스타시티는 단지 안에 내린 비를 100㎜까지 저장함으로서 주변 하수도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설계 됐으며, 저장된 빗물을 조경용수나 화장실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집수면의 면적은 약 5만㎡이며 집수면은 지붕면과 조경지역을 포함하는 대지면으로 구성돼 있다.

B동의 지하 4층에 3000톤 규모의 빗물저장조로 만들고 칸을 막아서 1000톤짜리 3개의 빗물탱크로 만들었다. 첫 번째 저장조는 지붕면에서 모아진 빗물을 저장하고, 두 번째 저장조는 단지 내 대지면에서 모아진 빗물을 저장해 침수예방과 상수절약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조경용수로 사용된 빗물이 비포장면에서 침투를 통해 다시 저장조로 들어오는 순환이용 시스템을 구축해 빗물의 이용률을 높였다. 세 번째 저장조는 단수나 화재 등 비상시에 대비한다. 10톤짜리 소방차 100대분의 물이 항상 저장돼 있어 주민들은 물론 그 지역 사람들까지 화재에 대한 걱정을 줄일 수 있고 잘하면 화재보험료도 줄일 수 있다.

2007년 1년간 단지 내에 내린 강우 6만5000톤 중 약 4만톤의 물을 사용했다. 1년 동안 이 단지에 떨어진 빗물 중 실제 사용한 빗물을 빗물 이용률로 표시하면 단지의 물관리 상태를 알 수 있다. 스타시티의 2007년 빗물 이용률은 약 67%로, 운전이나 유지관리 개선을 통해 이 수치를 더 높일 수 있다.

이 시설이 세계 제일인 이유는 다목적, 적극적 그리고 상생적(win-win) 빗물이용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먼저 다목적 빗물관리를 위해 수질에 따라 저장조를 구분하고 각각의 물탱크에 홍수방지, 물 절약, 비상용의 기능을 부여했다. 다음으로 적극적 빗물관리를 위해 저장조의 수위 및 수량을 원격모니터링해 저류된 빗물의 양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미리 저장조를 비워 침수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개발사업자는 빗물이용시설 설치 시 3%의 추가 전용용적율 인센티브 혜택을 봤다. 감독기관에서는 추가적인 예산이 들지 않고 사업자에게는 이익을 보존해주는 상생적 빗물관리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다른 일반적인 물관리 시설에서 자연 대 인간, 인간 대 인간 등 여러 가지 갈등이 존재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스타시티의 빗물이용시설은 이로 인해 손해를 보거나 피해를 보는 집단이 하나도 없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

스타시티의 사례와 같이 빗물관리 시설이 설계 당시부터 반영된다면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하수관의 규모를 줄일 수 있으며 빗물펌프장이나 유수지 설치를 위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그리고 빗물을 이용한 만큼 수돗물 이용을 줄일 수 있어 광역상수도의 공급량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하수도로 버려지는 물도 줄어들어 하수처리비용도 감소된다.

또 빗물을 이용하는 만큼 에너지를 줄이고, 물 공급의 안전성을 높여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앞으로 전국에서 새로 건설할 건물과 단지에 설계단계부터 계획적으로 빗물이용시설을 반영한다면 건설 및 유지관리에 있어서 비용 절감은 물론 저탄소 녹색성장을 실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물로 인한 갈등이 생기지 않는 평화로운 물관리가 될 것이다. 앞으로는 건물이나 주택단지를 평가하거나 감상할 때 가장 먼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보자.

"당신의 건물(지역이나 도시)에서는 하늘이 주신 공짜 선물인 비를 몇 퍼센트나 사용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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