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길영 환경공학박사 (국회환경포럼 정책실장)

조길영 환경공학박사

[이투뉴스 칼럼/ 조길영] 지난 4월 20일 다국적 석유회사인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 소유의 ‘딥 워터 호라이즌 호’의 석유 시추시설 폭발 사고로 원유가 하루 80만 리터씩 대서양의 멕시코만으로 쏟아지고 있다. 바람의 방향이 내륙 쪽으로 바뀌면서 미국 습지의 40%가 밀집된 생태계의 보고이자 황금어장인 미시시피강 하구가 검은 기름띠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특히 이 지역은 바위나 모래사장이 아니라 습생식물로 덮여 있어 기름띠를 닦아낼 수 없어 최악의 해양 환경재앙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사태의 심각성은 이뿐만이 아니다. 1989년 당시 ‘엑슨 발데스 호’ 사고 때 방제 작업을 도왔던 제프리 쇼트는 “시간이 갈수록 파이프에 압력이 강해져 원유가 새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하루 80만 리터씩이나 원유가 바다로 쏟아지고 있음에도, 현재로서는 원유 유출을 멈추게 할 유용한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는 1989년 3월 알래스카의 프린스윌리엄사운드 해안 암초에 부딪혀 좌초한 ‘엑슨 발데스 호’에서 유출된 약 4만 톤의 원유에 의한 환경재앙을 훨씬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사고 앞에서 인간의 대응은 2차 오염을 유발하는 유화제나 무차별 살포하고, 파도에 쓸려 효과도 없는 플라스틱 방어막이나 치는 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주여행 시대를 열었다고 자랑하는 21세기 눈부신 과학기술도 한없이 원유를 바다에 쏟아내고 있는 기름 파이프 하나 잠그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부끄럽고 안타까을 따름이다. 

이번 사고는 물신주의에 빠져 눈앞의 이익과 성과에만 매달린 채 앞만 보고 달려온 21세기 인류에게 깊은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힘만 믿고 육해공을 가리지 않고 자연자원을 채굴하는 인간들에게 커다란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자본가들은 자연자원을 최적의 비용ㆍ효과인 방법으로 탐색하고 캐먹는 기술개발에는 엄청난 돈을 투자해오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번 같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기술개발에는 쥐꼬리만한 돈을 투입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이번 사고는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삼고, 자연을 부의 추적을 위한 착취의 대상으로 삼아온 현대 인류에게 커다란 교훈을 주고 있다. 인간은 자연을 정복할 자연 밖의 군세(軍勢)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에 불과한 미미한 존재다. 때문에 인간이 자연을 정복하는 순간 곧 자연에 정복당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번 사태는 21세기 눈부신 과학기술문명에 기대어 으스대며, 자본축적을 위해 자연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특권이라도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21세기 인류의 오만과 무례를 크게 질타하고 있다.

우리는 대자연의 힘 앞에서 한없이 나약한 존재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겨우 40여 미터 서해 바다 속에 침몰된 천안함 속의 우리 장병 46명이 생사를 건 사투를 벌이는 수십일 동안, 과연 물 밖의 우리가 할 수 있었던 일이 무엇이었던가?

오늘날 인간이 만든 일련의 비극적인 사태 앞에서 우리는 적어도 두 가지 교훈을 얻어야 한다. 하나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기술개발과 사후 대응기술 개발에도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신속ㆍ정확하게 행동할 수 있는 위기관리 대응체제를 다시 구축하라는 것이다. 보고 하나도 신속ㆍ정확하게 못해서야 말이나 되는가.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한 엄중한 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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