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교수의 '빗물 칼럼' (18)

[이투뉴스 칼럼/ 한무영 교수] 기저귀에 물 한 컵을 부으면 모두 다 흡수되는 장면을 보여주는 광고가 있다. 좀 더 많은 양의 물을 붓거나 이미 젖은 기저귀에 물을 부어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보여주지는 않는다.

요즘 지하로 흘러들어가는 물이 적다고 해 침투성 포장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새로 짓는 도로는 물론 기존의 도로까지 모두 바꾸자는 발상이다. 이를 실현하려면 비용도 엄청드는데다 몇 년 지나면 물이 침투되는 공극이 먼지나 모래로 막혀 효율이 많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의 강우특성을 고려하면 침투 포장의 성능은 기저귀와 같다. 그 이유는 비가 조금 내리면 모두 다 지하로 흡수할 수 있지만 갑자기 많이 오는 비는 모두 다 침투시키기 어렵다. 또 도로의 구조상 포장면 밑에 여러 층의 단단한 층이 있기 때문에 표면에 물이 잘 빠지는 시설을 했다고 해서 도로에서 발생한 물이 잘 침투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비가 많이 올 때는 침투성 포장은 있으나 마나다. 아울러 투수성 포장의 면적은 도시 전체 면적에 비해 매우 적은 양이다. 도시 전체에 떨어지는 빗물을 땅속에 집어넣기에는 침투성 포장의 면적은 매우 미미하다.

설치 간격의 문제도 있다. 도시에 설치된 침투시설을 비스킷에 뚫린 가스구멍과 비유하면 알기 쉽다. 비스킷에는 구울 때 발생하는 가스가 빠져 나가도록 작은 구멍이 일정한 간격으로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만약 구멍을 한 줄을 따라 뚫거나 큰 구멍 한 개만을 만들었다면 불균등하게 공기가 빠져 나가 비스킷의 표면이 불규칙할 것이다. 침투도 이와 마찬가지 원리이다. 끝으로 기능의 문제인데, 도로는 그 기능을 오래 유지해야 하는데 침투성 포장에 의해 강도가 낮아지면 유지보수비가 많이 든다. 이와 같이 도로표면에 떨어지는 빗물을 처리하기 위해서 도로표면에서 해결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어차피 도로 한쪽에 빗물받이가 있으니 거기서 모아서 땅속에 침투를 시키는 것이 오히려 올바른 방법이다.

우리나라는 매년 가뭄과 홍수가 발생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침투시설은 가뭄을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천천히 빗물을 지하에 침투시켜 지하수위를 보충하고 그 물이 천천히 하천에 공급됨에 따라 하천의 건천화를 막는 작용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침투시설의 홍수 제어 효과는 매우 미미하다. 특히 비가 많이 오는 여름에는 침투시설은 마치 한번 젖은 기저귀와 같이 침투능력이 많이 떨어진다. 침투시설을 설치하느라 많은 돈을 들였음에도 하수도나 하천에서의 홍수대비를 위한 비용은 따로 투입해야 한다. 이것을 축구와 비유하면 공격수와 수비수를 따로따로 둔 전형적인 삼류 축구의 전략이다.

비스킷의 예를 참조하면 빗물의 침투시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보인다. 즉 전체 유역에 골고루 침투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비스킷의 일부의 표면에만 가스가 빠지는 시설을 만들 것이 아니라(침투성 포장), 전 지역을 대상으로 작은 규모의 여러 개의 저장 및 침투 시설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존의 모든 도로를 투수성 포장으로 바꾸는 것은 비용과 기술상의 문제 때문에 불가능하고 효용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지금의 불투성 포장을 크게 바꾸지 않고 침투를 시킬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렇게 하면 비용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다. 만일 지금 도로에 있는 빗물받이를 조금 개조해 처리시설과 침투시설을 만들면 침투효과를 높일 수 있다. 또 도로 옆에 작은 빗물저장조를 만들어 도로의 빗물을 받아 처리한 뒤 서서히 침투시키는 방법도 있다. 일단 저장된 물은 비상시 화재방지용이나 친수환경 조성용 등 다른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도로의 빗물을 받을 때도 기왕이면 한번의 사업으로 가뭄과 홍수를 대비하는 방법을 찾아보자. 저장과 침투를 동시에 하는 방법이다. 축구에서 멀티 플레이어 전략으로 성공을 이룬 것처럼 연말에 남는 돈이 있다면 투수성 포장으로 바꾸려고 할 것이 아니라 포장 옆에 빗물저장, 침투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는 것이 보다 더 효율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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