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억 투자 158일 사용가능한 650만 배럴 비축규모
진입로마다 철통보안, 지하엔 세계최대 모터펌프 완비

▲ 지상 석유비축기지 모습.

[이투뉴스]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학남리에 위치한 한국석유공사 석유비축기지. 이곳이 바로 우리나라가 에너지 자주권을 확보한 역사적 현장이다. 

울산 시내를 벗어나 관광도로를 타고 인적드문 화학플랜트단지로 이동했다. 목적지가 가까워질수록 도로 양쪽 온산화학 플랜트 공장에서 내뿜는 희뿌연 연기가 뭉게구름처럼 선명하다.   

곧이어 왕복 4차선 산업로를 10분간 진입해 석유화학단지공단 지역으로 접어들자 대규모 석유비축기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비축기지 초입의 경계는 그야말로 삼엄하다. 우리나라 석유 수급안정 및 에너지 자립과 보안의 최후의 보루 답게 출입허가 절차가 까다롭다.  

지사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비축기지 진입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총 면적이 1458㎡(45만평)에 이른다.

비축기지 내 지하동굴비축기지로 연결된 도로를 사이에 두고 주변은 온통 원통형의 지상원유탱크시설과 원유수송 파이프로 가득차 있다.

이들 탱크에서 송유관을 통해 울산 앞바다의 원유운반선으로 원유를 운송한다.

한광열 석유공사 홍보팀 과장은 "울산지사의 지상원유탱크는 모두 18기로 각 탱크마다 75만배럴을 채울수 있다"며 "석유비축기지 사업은 에너지 수급안정을 목적으로 정부의 석유비축계획에 따라 1980년 공사에 착수해 올해까지 30년에 걸쳐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석유공사는 울산 비축기지를 포함해 ▶구리 ▶용인 ▶곡성 ▶동해 ▶여수 ▶서산 ▶거제 ▶평택 등 전국 9곳에 모두 1억4600만배럴의 저장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158일 동안 석유를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 울산지사 지하저유동공 전경.

이번 울산 지하석유비축기지는 1999년 공사에 착수 12년에 걸쳐 2124억원을 투입해 완료한 시설로 모두 650만배럴의 석유를 저장할 수 있다.

이번 650만 배럴 규모의 추가기지 건립으로 우리 정부의 석유비축사업이 마무리 된 것이다.

지상비축기지를 모두 지나치자 모습을 드러낸 지하비축기지.

초입에서 미니버스로 300m 이상 동굴 속으로 들어가자 진풍경이 펼쳐졌다. 입구는 직사각형 형태의 굴 모습을 띠고 있고 웅장하면서도 싸늘한 느낌이다.

높이 16m에 폭이 22.5m 크기의 이 동굴은 지하에 저장된 원유를 끌어올리는 핵심시설의 하나인 제2펌프실이다. 저장 원유가 벽틈으로 새 나가지 않도록 수막으로 지하 저장고를 감싸는 수벽터널이 구축돼 있는 등 최신 공법이 동원됐다.

저장공동은 대덕산 정상부터 약 -180m 아래에 위치해 있고 200m 깊이에 폭 18m, 높이 30m, 길이 2km의 지하 동굴로 이뤄져 있다. 

지하비축기지의 저장원리의 핵심은 지하수압. 원유(제품유 포함)는 비중이 물보다 작고, 물과 혼합되지 않는다는 특성에 착안해 지하수압이 원유 및 가스 누출을 방지하는 원리를 이용했다.

윤관용 석유공사 울산건설출장소 부장은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 원리를 이용해 바위 틈으로 빠져나가려는 기름을 동굴을 둘러싸고 있는 물이 막아주는 구조를 이루고 있다"며 "전체 비축 물량 가운데 73%는 이처럼 땅 속에 가둬둔다"고 설명했다.

▲ 윤관용 석유공사 울산건설출장소 부장이 지하비축기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 부장은 "지하기지는 지상기지보다 건설단가가 50%정도 싸고 운영비도 25%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며 "지하기지는 지진의 영향이 없을 정도로 재해에는 완벽한 안전을 자랑하는 반영구, 친환경 시설이다"고 말했다.

펌프실에는 최저 100m지하에 보관한 원유를 이틀 동안 200만 배럴이나 끌어올릴 수 있는 원유유중펌프가 자리잡고 있다. 48시간 내 200만배럴의 원유를 옮길 수 있는 세계 최대 모터펌프가 국내 기술로 구축됐다.

윤 부장은 "이 안에 저장할 수 있는 원유의 양은 650만배럴로 지난해 국내 1일 소비량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나라의 3일을 쓸 수 있는 양이다"고 설명했다.

저장공동 굴착 및 보강공사 역시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다.

저장공동 굴착작업의 경우 고성능 착압기(점보드릴)를 이용해 동시에 3개공을 빠르게 천공한다. 천공장에 화약을 삽입 후 발파 및 버력처리 과정 등을 걸쳐 굴착공사를 24시간 수행하고 있다. 1회 굴진장은 4.0m다.

붕괴 및 낙반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보강작업은 록볼트, 숏크리트, 그라우팅 보강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록볼트 설치작업은 암반면에서 낙반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철근을 암반에 고정하는 작업이다. 또 숏크리트 타설작업은 레미콘을 암반면에 뿜어 붙이는 보강 작업이다. 그라우팅 작업은 누수구간에 대한 지수를 목적으로 암반을 천공 후 시멘트와 물을 혼합해 암반에 주입하는 작업으로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공사는 비축기지 건설 초기엔 프랑스와 노르웨이로부터 설계부터 시공까지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30년간 자체 기술을 개발한 끝에 이번에 준공한 울산기지를 100% 국산기술로 만들 수 있었다.

유 부장은 "30년간 축적된 비축기지 설계, 건설공사 및 운영기술은 과히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 인도 및 싱가폴 등에 우리공사 및 국내 건설업체에 의해 지하 비축기지를 건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제2펌프실의 원유유중 펌프 모습.

과거에는 대형 원유펌프(용량 4250㎥/Hr, 수두 187m)는 명품 펌프로 꼽히는 노르웨이산 '프라모 펌프'를 고가에 구입·장착해 비축기지에 설치했다. 그러나 석유공사는 한대중공업과 협력해 세계 최대의 원유펌프를 국산화 했다.

울산 석유비축기지가 본격 가동되면 석유공사는 기존의 국내 9개 기지에서 모두 1억4000만배럴을 비축할 수 있던 능력이 1억4600만배럴로 늘게 된다. 공사는 오는 2013년까지 산유국의 원유를 저장해 비상시 우선구매권을 확보하는 방식의 국제공동비축사업으로 원유 비축량을 4000만배럴(현재 3870만배럴)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윤 부장은 "지하기지를 건설하면서 얻은 노하우는 향후 광폭터널, 양수발전소 등 민간 건설 영역에서도 이용가치가 높다"며 "최근엔 싱가포르·인도 등 해외 공사 수주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자랑했다.

<울산=권영석 기자 ysk82@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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