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교수의 '빗물 칼럼' (20)

[이투뉴스 칼럼/ 한무영] 우리는 선조들에게 금수강산을 물려받았다. 따라서 아름다운 국토를 후손에게 물려줄 책임이 있다. 과연 우리는 국토를 그에 걸맞게 잘 생각하고 관리하고 있을까?

국토란 겉에 보이는 흙과 경관만이 아니고 그 속에 들어 있는 물까지 포함하므로 물까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자연적인 물의 순환을 비롯한 법칙에 순응해 유지관리가 쉽고, 에너지가 적게 들도록 만들어야만 우리는 물론 후손들의 부담을 줄이면서 삶의 질도 높일 수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문제되는 홍수, 가뭄, 산불, 에너지 과다 이용, 수질오염, 상수원 등은 모두 물과 관련된 문제다. 이것들은 우리가 국토와 더불어 잘 관리하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강은 선으로 이뤄진 1차원이다. 현재 강의 관리개념은 홍수조절용으로만 생각해 연간 400억톤의 물을 버리는 통로로만 이용되고 있다. 그 결과 다음해 봄에는 1~2억톤의 물이 없어 가뭄으로 고생한다. 강이란 물이 많을 때만이 아니라 물이 적을 때도 문제없이 관리돼야 한다.

댐 등의 중요한 하천시설물은 500년에 한번 오는 큰 비에 대비하도록 크게 만들어져서 큰 비가 오지 않는 대부분의 시간에는 한계치 이하로 운전돼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기후변화에 의해 더 큰 비가 오면 안전하지 못하다.

또 수명에 한계가 있어 먼 장래에 망가지는 것에 대한 위험이나 유지관리비에 대한 부담을 후손에게 떠넘기게 될 것이다. 이는 전체 유역에 떨어지는 빗물을 일차원적인 강에만 부담시킨 결과다.

빗물은 유역의 전체(2차원)에 떨어지는데 왜 강(1차원)에서만 방어를 해야 할까? 그것도 왜 수명과 안전도가 영구적이지 않은 소수의 대형 시설물에서 관리해야 할까? 상수원을 수질관리도 하기 어려운 강에서 취수할까? 왜 멀리서 물을 가져오기 위해 에너지를 소모할까? 비가 많이 올 때 물을 다 버려놓고 봄에는 물이 없다고 고생을 할까? 왜 자기에게 주어진 물을 다 버려 놓고 남에게 피해를 줘 지역 간 갈등을 일으킬까?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2차원의 유역관리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유역에 떨어지는 빗물을 떨어진 그 자리에서 받아쓰면 아주 깨끗한 물을 에너지도 들이지 않고 쓸 수 있다. 남는 물은 땅속에 저장시켜 가뭄을 해소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 한 두개 대형시설에 의존하기보다 작은 여러 개의 시설에 분산해 관리하면 안전도도 증대된다.

이와 같은 빗물저류 시설은 작은 웅덩이, 논 등의 비교적 저렴한 시설로부터 건물의 빗물 저장조 같이 값이 드는 시설까지 있다. 비교적 큰 기술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지역 업체가 시공할 수 있다.

지하수위까지 함께 고려하는 3차원적인 생각을 해보자. 옛날에는 땅을 파면 어디서나 물이 나올 정도로 우리의 땅은 물을 머금고 있었다. 축축한 곳에서 식물과 동물이 같이 자라서 생태계를 유지했다. 그러한 지하수가 도시화와 개발에 의해 전국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지표면은 메말라서 거기 살던 동식물들이 하나씩 없어져 가는 것이 눈에 보인다. 하천을 보충하는 지하수가 부족해 건천화의 원인이 된다. 지표면의 물기에 의존하고 있는 자연생태계와의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셈이다. 지하수를 퍼 쓰거나 개발을 해 지표면을 변경시키는 것은 좋은데 그만큼 빗물을 침투시켜 보충을 하는 3차원의 국토관리를 해야 한다.

시간을 도입한 4차원의 국토관리를 생각해보자. 현 세대는 원하는 대로 개발하고 즐기고 가면 그만이지만 그 부담은 고스란히 후손에게 넘겨진다. 따라서 에너지와 비용이 많이 들면서 후손에게 부담을 주는 방법은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국토와 물관리에 대한 지금까지의 하천관리 위주의 1차원적인 관리에서부터 유역, 지하수, 그리고 후손들까지 고려하는 다차원적인 관리를 해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우리 후손에게 물려줘야 한다. 그래야만 지역 간의 갈등, 환경과의 갈등, 세대 간의 갈등을 미연에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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