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수 농학박사 (자연환경보전연구소 소장)

서정수 박사

[이투뉴스/ 서정수] 올해는 유엔이 정한 국제생물다양성의 해이다.

생물다양성이란 여러 생명체가 다양하게 상호작용하며 조화를 이루는 현상을 총칭하는 말이다. 다시 말해 모든 자원으로부터 생물간의 변이성을 말하며, 종들간 또는 종과 그 생태계 사이의 다양성을 포함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이 생물다양성은 곧 균형을 의미한다. 온전한 생물다양성 유지는 곧 안락한 인간생활환경을 담보한다. 반대로 생물다양성의 감소와 손실은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척도이며 21세기 생물유전자원 보유 강국에서 퇴락함을 의미한다.

국제적 분쟁으로 발발한 전쟁보다 더 큰 폐해를 가져로 수 있기 때문에 유엔도 나선 것이다. 국제사회가 생물자원의 국가소유 권리를 인정한 뒤부터 세계 각국이 생물자원의 활용을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생물다양성 확보를 위한 필사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10만종으로 추정되는 국내 생물종 가운데 지금까지 약 3만여종만 기록돼 있을 뿐이며, 한반도 고유종은 2322종만 문헌으로 확인되는 등 아직 생물다양성에 대한 조사연구가 미흡한 상황이다.

몇 해 전 정부는 국가 생물자원 주권 확보 및 체계적인 생물자원 보전 관리를 위해 국가차원의 생물자원보전 종합대책을 수립한 바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자생생물 조사·발굴 연구’를 통해 미기록 460종, 신종 후보 64종을 포함, 620여종을 발굴했고 2006∼2008년 연구에서는 2800여종을 새로 찾아냈다.

바다 속 생물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중이라 한다.

환경부는 생태적·경제적 가치가 높은 생물종 1137종을 정해 국외 반출 시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고, 2014년까지 대상을 3000종으로 늘릴 예정이라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편으로는 외국의 유용한 생물자원을 도입하기 위해 중국,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코스타리카 등 생물종이 풍부한 국가에 생태 보전 기반을 구축해주고 생물표본과 유전자원을 들여오고 있다.

한쪽에서는 자생종의 유출을 막고, 다른쪽에서는 국내외의 유용한 생물자원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병행되고 있으니 향후 그 결과가 기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생물자원의 불법 국외 유출 현황을 살펴보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1854년도 네델란드를 시작으로 일제 점령기와 미국인 등의 대규모 탐사단에 의한 불법 자생식물자원의 유출 역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아놀드수목원에는 한국산 식물종을 한데 모아놓은 식물원이 따로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고유종, 특산종은 물론 한국의 식물원을 옮겨놓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규모다.

뿐만 아니라 구상나무, 잣나무, 노각나무, 함박꽃나무 등 우리의 자생식물을 개량해 상품화 한 것을 수없이 볼 수 있다. 이웃한 일본의 경우, 민물고기 애완용 시장에서는 한국의 고유종인 금강모치와 납자루 등이 팔리고 있다. 모두 불법 유출된 생물자원이다.

생물자원은 그 국가를 대표하는 문화재이다. 문화재는 한 국가나 민족의 정체성을 담은 상징물일 뿐만 아니라 인류공동의 유산이므로 철저히 보호돼야 한다. 생물자원의 문화재적 가치를 일찍부터 인식하고 있던 선진국들은 그들 스스로 문화재 약탈국 또는 불법반입국의 지위에 있으면서도 빼앗긴 문화재를 돌려받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늦은감이 있지만 우리도 세계 각국에 불법 유출된 우리 고유의 생물자원 현황을 시급히 파악하는 노력과 함께 불법 반출된 생물자원의 반환을 위해 국제법상 또는 사법상의 조치를 강구할 할 필요가 있다. 지금이 21세기 생물유전자원 보유 강국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다. 우리는 지나간 생물종 식민시대에 반출된 문화재를 돌려받아 민족의 정체성을 되찾고 후세에 이를 온전히 물려줘야 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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