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정책토론회 연기발표 직후 동아일보 한전-한수원 통합설 보도
한수원 예산 4대강전용 보도까지, 김영학 지경부 차관 진화나서

[이투뉴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력산업구조개편 연구결과 발표 연기에 이어 각종 시나리오가 언론에 보도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 가운데 동아일보는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이 통합된다고 보도했다. 오보소동으로 일단락됐지만, 모 매체는 한수원 예산 일부가 4대강사업에 쓰였다는 내용을 보도해 그 배경과 내막을 놓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동아일보는 12일자로 'KDI가 한전이 한수원을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KDI가 지경부에 한전과 한수원의 통합 회사가 전력거래소의 전력계통 운영(SO) 기능, 제주도의 화력발전소, 발전자회사에 흩어져 있는 양수발전소 등을 가져가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또 남동, 중부, 서부, 남부, 동서발전 등 한전의 5개 발전 자회사는 현재의 경쟁 체제를 유지하는 게 낫다는 내용을 지경부 전기위원회 등에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내용과 관련, 이옥헌 지경부 전기위원회 총괄정책과 서기관은 “전혀 들은바 없다”며 “KDI로부터 어떠한 보고서도 받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이수일 KDI 산업·국제경제연구부 부연구위원도 “현실적으로 아직 연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지경부에 보고서를 보낼수 있겠냐”고 반문하며 “KDI가 전력산업구조개편 연구용역을 수행하면서 발주처인 지경부에 진행상황 등에 대한 중간보고는 하지만 연구내용을 담고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위원은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동아일보 보도내용의 진위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확인해 줄 수 없다. 양해해달라”고 답했다.

이 같은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김영학 지식경제부 제2차관이 진화에 나섰다.

김 차관은 1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11일로 예정됐던 KDI의 정책토론회 취소에 대해 “KDI 측에 선택할 수 있는 여러 옵션을 대안으로 제시해 달라고 주문했고 그래서 더 시간이 필요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KDI 용역은 6월 말까지 미뤄졌고 직후 공청회에서 의견을 들은 후 정부 입장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경부는 이르면 이달 말께 전력산업구조개편 결과를 발표할 전망이다.

김 차관은 한전과 발전 자회사 통합 여부에 대해 “한전은 원료 통합구매가 더 경제적이라고 주장했지만 KDI 분석에 따르면 항상 통합구매가 더 경제적인 것은 아니었다”며 “100% 통합구매가 유리하다면 재통합이 당연하지만 분산구매가 더 유리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지금 원료구매만 너무 부각돼 있는데 해외 발전소 수주에서 ‘한전’이라는 단일 브랜드로 나가는 것이 더 효과적인 측면도 있어 여러 면을 고려해야 한다”며 “원료구매뿐 아니라 원자력발전소 수주,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해 아직 한전 자회사의 통합여부가 결정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 오보소동 헤프닝 빚은 문제의 강연사진. 한수원은 최근 김종신 사장이 지난 4월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초청 강연에서 “한수원 예산이 4대강 사업으로 흘러들어갔다”고 보도한 모 매체의 오보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진은 당시 고대 교우회관에서 강연 중인 김 사장.

한전-한수원 통합설 중심에 서 있는 김종신 한수원 사장은 한편으론 한전과의 통합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사장은 최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본사의 경주 이전에 대해 “선발대로 100명이 먼저 내려갔다”며 “한전과 통합된다고 전제하면 대안으로 원자력사업본부가 가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해 한전과의 통합을 대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그러나 한전과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 “장단점이 있을 것”이라고 답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김 사장은 “전력산업구조개편은 사필귀정”이라며 “회사단위로 생각하기보다 국가 발전에 유익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 반드시 옳은 쪽으로 가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의 주 논리는 시너지 효과일 것이고, 단점은 10년 동안 떨어진 만큼 문화가 다르다는 것이다”며 “조화를 잘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김 사장은 최근 언론보도로 또 뉴스메이커가 되는 헤프닝을 겪었다. 모 매체가 "김 사장이 지난 4월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초청 강연에서 원전 인프라 투자를 위한 한수원 예산이 4대강 사업으로 흘러들어가 인력구축이 쉽지 않다고 발언했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강연 현장을 취재한 본지 기자가 녹음한 강의 녹취파일을 확인한 결과 이는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이성수 기자 anthony@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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