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물관리는 ‘정한수’ 정책인가

서울에서 파주까지 2시간. 지난 27일 서울에 장대 같은 비가 퍼붓던 날 퇴근시간을 이미 지난 때의 일이다. 물리적인 거리는 50Km안팎이지만 시간상으론 서울에서 대전까지 갈 수 있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심지어 잠실대교에서 김포공항까지 2시간 걸려다는 제보가 뉴스를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아무튼 올 장마는 이래저래 특이한 기록을 남겼다. 웬만해선 물난리가 나지 않던 서울 한복판이 ‘물폭탄’을 맞아 주민들이 야밤에 대피하는 등 대난리를 겪었다. 서울 중심을 동에서 서로 가로지르는, 그야말로 동맥과 같은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가 침수됐다. 잠수교가 침수되긴 해도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가 침수되어 차가 다니지 못한 경우는 흔치 않다.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이 이 정도인데 지방은 말해 무엇할까. 
 
매년 여름, 장마는 찾아온다. 그럼에도 이 불청객을 다스릴 정책이나 노력은 미흡하게만 보인다. 정부는 홍수만 나면 강 상류에 댐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댐으로 물 관리하면 된다는 간단한 논리다. 시민환경단체가 환경 보전을 위해 댐 건설을 반대하는 것을 묵살하기 좋은 구실이다. 

하지만 댐만 지으면 모든 게 해결될지는 의문이다. 이철우 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은 홍수를 막기 위해 댐을 짓는 것만이 능사가 아리라고 주장한다. 꼭 필요한 곳엔 댐을 세워야 하지만 댐을 지어서 이익을 얻는 사람 입장에서 댐을 세우면 국가 예산도 낭비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홍수는 강 상류가 아니라 하류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한다. 
 
한 지방자치단체장의 고백은 정부의 물 관리 정책에 큰 허점이 있음을 시사한다. 박팔용 김천시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앙 정부의 예산을 따내기 위해 물난리에 대비해야 할 곳도 모른 척한다”고 고백했다. 예컨대 노후화된 다리가 아예 홍수 때문에 떠내려가야 예산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아예 수리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아들의 평안을 위해 노모(老母)가 마당에서 지극정성을 다할 때 정한수(井華水)를 떠놓는다. 심마니가 일을 떠날 때도 몸을 씻는다고 한다. 농사에 물이 필요하다는 말은 잔소리처럼 들릴 정도로 우리 민족은 물과 불가분의 관계다.

하지만 우리는 그 물을 관리하는 데는 아직 미숙하다. 홍수가 나도 정책입안자들은 해외여행을 떠나고 골프를 친다. 수해복구에 한시가 바쁜 사람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사진기자 앞에서 악수하기 바쁘다. 
장마는 하늘이 하는 일이므로 어쩔 수 없다 손치더라도 물관리는 사람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 예부터 물을 잘 관리해야 나라가 편안하다고 했다. 우리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인공위성을 쏘는 나라다. 그럼에도 비만 오면 사람이 죽고 집이 물에 잠긴다. 정부는 무언가를 해야한다. 언제까지 정한수 떠놓고 비가 그치기만 기다릴 수는 없지 않은가.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