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교수의 '빗물 칼럼' (22)

[이투뉴스 칼럼/한무영] 우리나라는 여름에 일년 강우량의 3분의2가 집중되고 국토의 70%가 산지로 돼 있어 기후와 지형이 물관리로는 최악의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빗물을 잘 관리하면서 금수강산을 유지해 왔다. 그러한 물관리의 비결이 우리의 전통과 철학에 살아남아 있다.

마을을 나타내는 洞자는 물 水 자와 같을 同 자로 이뤄졌다. 마을의 사람들은 모두 같은 물에 의존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어 자발적으로 물을 낭비하거나 오염시키지 않도록 했다. 개발을 할 때도 물관리를 최우선적으로 생각해 개발 전·후의 물 상태를 똑같게(同) 유지하라는 뜻도 지니고 있다.

하류에 홍수가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상류에서 빗물을 저장해 지하수를 충전시켜 천천히 물이 흘러나가도록 전국에 수많은 저수지와 둠벙을 만들어 놓았다. 이것은 홍익인간 철학과도 일치한다. 즉 물관리를 할 때 상하류 사이의 갈등, 자연과 인간과의 갈등, 세대 간 갈등 등을 유발하지 않는 모두가 행복한 물관리를 실천해 왔다.

손바닥을 국토로 비유하면 큰 강은 굵은 손금, 작은 강은 가는 손금으로 볼 수 있다. 국토 전체면에 내린 빗물이 선으로 이뤄진 강을 통해 하류로 내려간다. 강물의 양은 빗물과 지하수가 흘러들어가는 양에 의존하므로 전체 유역에 떨어지는 빗물관리를 잘 하면(면(面)적 관리) 강물의 양을 조절해서 강에 대한 안전도를 보완할 수 있다. 빗물관리란 빗물이 떨어진 그 자리에서 빗물을 저류하고 땅속에 침투시키는 것이다.

빗물관리가 강의 안전도를 보완할 수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강의 시설물은 무작정 크게 만들 수는 없기 때문에 일정빈도의 강우에 대하여 설계된다. 이것은 기후변화에 의해 설계빈도 이상의 비가 올 때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전체 유역에서 빗물을 저류하거나 침투시키면 홍수량을 줄이고, 땅 속에 침투돼 저장된 빗물은 가뭄때에도 일정량의 물을 강에 공급할 수 있다.

빗물을 뭉치게 해 한꺼번에 강에 들어가도록 하기 보다는 빗물의 힘을 나누어 천천히 들어가게 하면 홍수에 대한 안전도는 더욱 높아지고, 흙탕물이 들어가지 않으므로 수질관리도 쉬워진다.

또 빗물관리를 하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빗물이 떨어진 자리 근처에서 모아서 쓰면 비교적 깨끗하기 때문에 처리와 운송에 드는 에너지가 적게 든다. 상수도, 하수처리수 재이용, 지하수, 해수담수화 등 다른 어떤 물공급 방법보다 에너지가 적게 들기 때문에 비가 올 때 빗물을 최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생활속의 저탄소의 물관리 방법이다.

빗물관리에는 부가적인 이득이 있다. 여름에 모아둔 빗물을 건물의 지붕이나 도로에 뿌려주면 열섬을 방지하는 효과와 냉방에너지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모아둔 빗물로 지역사회의 텃밭을 가꾸면 식량의 자급에도 도움이 되고, 음식물의 이동거리를 줄일 수 있다. 빗물저장조와 지역 텃밭을 지역주민들 사이의 소통의 장으로 만들 수 있다.

우리 국토에서 홍수와 물부족에 대한 대비를 4대강과 빗물관리에서 반반씩 분담하게 하면 4대강은 더 큰 기상이변에 대한 안전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국토 전체에서 물을 가두고 머금으면 지하수위가 높아져서 마른 실개천에 물이 살아나서 생태계도 더욱 좋아질 것이다.

우리 선조들의 전통적인 물관리 철학과 지혜에 첨단기술을 접목시킨 다목적이고 적극적인 빗물관리가 필요하다. 최고로 열악한 자연환경에서 하드트레이닝을 받으면서 개발된 기후변화 적응전략은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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