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교수의 '빗물 칼럼' (23)

[이투뉴스 칼럼/한무영] 우리나라는 기후와 자연조건이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편에 속한다. 여름에 강우가 집중돼 홍수와 가뭄이 반복되고 국토의 70%가 산악지형으로 돼 있기 때문에 비만 오면 물이 한꺼번에 빠져나가 세계에서 물관리가 가장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선조들은 삼천리 금수강산을 남겨주셨다. 하드트레이닝을 이겨내고 우승한 챔피언처럼 열악한 자연환경을 극복한 우리 선조들만의 물관리 노하우가 있을 것이다.

더욱이 그런 노하우를 후손들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아름다운 마음과 방법이 있었을 것이다. 다스릴 치(治)자에 대해 해석해 봤다. 한자에는 문외한인 사람의 이론이므로 한자 전문가, 역사학자, 사계 전문가들의 의견과 비판을 들어보고자 한다.

다스릴 치(治)자를 살펴보면 왼쪽에는 물 수변이 있고, 오른쪽 위에는 세모같이 생긴 글자와 아래쪽에는 네모와 같이 생긴 글자의 조합으로 이뤄져 있다. "물을 세모와 네모로 다스리라"고 해석해 봤다.

물관리의 시작은 모든 물의 근원인 빗물로부터 시작한다. 산에 떨어진 빗물은 평야를 지나 강으로 가게 된다. 여기서 세모는 산을 의미하며, 네모는 빗물을 모으는 저류지나 땅에 침투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물을 다스릴 때 빗물을 버리는 것과 받아두는 것을 적절히 조화하면서 관리하라는 교훈이다.

우리 조상들은 전국에 많은 소규모 저류지를 만들어 두고 땅속에 빗물을 침투시켜 물을 머금게 해 갈수기에도 하천으로 물이 공급되게 했다. 제언사라는 관청을 두고 제언 절목이라는 법률을 제정해 저수지를 만들고 관리하도록 제도화했다.

지금까지도 전국적으로 수만 개의 크고 작은 인공 저수지가 남아 있는 이유다. 그 결과 지하수위가 높아져서 과거에는 전국 어디를 조금만 파도 물이 나오곤 했다. 시골의 개울가에서는 항상 물이 흘러 물가에서 장난도 하고 가재를 잡고 한 기억이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모델로 하고 있는 서양 이론에 기초한 물관리는 버리기만 하고 모으지는 않는다. 땅에 떨어지는 빗물을 빨리 하수도나 하천으로 버리는 시스템이다. 빗물이 빨리 빠지도록 빗물펌프장을 만들어 비가 오면 갖다 버리는 일만 하고 있다. 하천도 직강화해 빨리 버리는 기능만을 위한 시설을 만들고 있다. 그 결과 홍수가 발생하며 지하수위는 낮아지고 건천화와 심각한 가뭄을 불러일으킨다. 다스릴 치(治)자에서 세모만 하고 네모는 하지 않는 즉, 절름발이 치수(治水)를 하는 것이다.

현재와 같이 강 위주로 하는 물관리는 세모형의 버리는 물관리다. 물을 다스리는 데 있어 유역 전체에서 빗물을 모으는 네모형 물관리가 부족하다. 우리의 물관리 정책에 네모형의 빗물모으기 정책이 하루 빨리 반영되도록 정부 차원의 대응이 시급하다. 그 중 하나는 도시에서 모든 사람들이 빗물의 중요성을 알고 빗물을 모아서 여러 가지 목적으로 쓰도록 제도화하는 레인시티의 확산이다.

선조들의 교훈에 따라 세모(버리는 일)와 네모(모으는 일)로 물을 다스리자. 그리고 이러한 노하우를 기후변화로 생명과 재산에 위협을 받는 다른 나라에도 알려주자. 그들로부터 존경받고 국격을 높이는 방법을 우리 선조들이 치(治)라는 글자 하나에 남겨준 것이라 생각한다. 선조들 말을 들어 손해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후손을 위해 자신들의 피땀 어린 경험과 지혜를 짜내 전수해준 교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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