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교수의 '빗물 칼럼' (24)

[이투뉴스 칼럼/ 한무영] 최근 중국, 브라질 등 세계 곳곳에서 국지적으로 큰 비가 내려 인명과 재산 피해를 주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의 비의 특성은 일부지역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것이다. 소수의 병력이 침투해 많은 피해를 주는 게릴라의 전략과 같다고 해 게릴라성 폭우라고 부르기도 한다.

옛날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게릴라전은 수비하는 쪽에 많은 피해를 준다. 소수 인원이라도 후방을 교란시켜 많은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정예 수비병력은 대응이 확실하긴 하지만 느리고 비효율적일 수 있다. 정예병력을 신속히 투입시키지 못하는 지점에서 지역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지역주민 스스로 방어하면서 버티는 것이다. 즉, 지역적인 자립방어의 역량을 강화하고, 사회적으로는 집중형 시스템의 단점을 분산형으로 보완하는 것이다.

게릴라성 폭우에는 게릴라식 대응전략을 도입해보자. 피해의 원인은 일부 지역에 한꺼번에 많은 비가 내려서 그 지역에서 감당할 수 있는 배수시설의 용량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어느 지역에 폭우가 올 것을 미리 안다면 사전에 그 지역의 배수시설의 용량을 키워 대비할 수 있는데 게릴라의 특성상 예고하고 오는 경우는 없다. 따라서 전 국토가 게릴라성 폭우에 안전하지 못하며 그에 대비해 전국의 배수시설을 키우는 것은 시간적으로나 예산적으로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홍수를 대비하는 전통적인 방법은 대규모 댐이나 빗물펌프장과 같은 대형의 집중형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이미 비가 와서 꽉 차있는 댐은 더 이상 홍수조절 역할을 하지 못한다. 오히려 비가 많이 오면 넘칠까봐 물을 빼내기에 바쁘다. 이 경우 하류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더 피해를 보게 된다. 빗물펌프장도 설계빈도 이상의 비가 오면 그 피해는 오히려 더 커진다. 집중형 방어의 단점인 셈이다. 이것은 소규모의 빗물모으기 시설을 지역 전체에 골고루 설치하면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빗물모으기에는 논이나 밭의 웅덩이나 산지의 계곡에 만든 작은 보와 같이 싼 저류방법부터 학교나 공원 밑의 저류조나 건물의 저류조, 터널 저수조 같이 비싼 저류방법 까지도 여러 가지 종류의 모으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비 피해는 지역적 특성이 있기 때문에 그 지방의 지형과 역사를 가장 잘 아는 그 지역 주민들이 가장 잘 대비를 할 수 있다. 지역의 특성을 살려서 빗물을 모아두어 천천히 흘러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시설은 지역 주민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역경제의 활성화효과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게릴라전의 대비요령은 지역주민의 역량을 강화하여 자체적으로 대비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홍수 대책은 대형시설 위주로, 사후 복구차원에서, 관 주도로 해왔다. 그러나 국지성 폭우에 의한 예방대책으로는 미흡하다. 따라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홍수관리 방법이 필요하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다. 현재의 적은 게릴라성 폭우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게릴라를 잡는 전술을 이용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관과 민이 함께 참여하는 빗물모으기에 의한 분산형 빗물관리이다. 이러한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니고 우리 선조들이 곳곳에 인공저수지를 파고 관리해오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개념에 현대의 첨단 소재기술과 정보기술을 도입해 분산형 빗물관리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우리나라 주도 하에 만들어진 분산형 빗물관리의 노하우나 기술은 앞으로 전 세계의 게릴라성 폭우문제를 풀기 위해 주도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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