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한국 에너지통계 35년 史’란 시리즈 기사를 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국내외 에너지 상황이 최근 급변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제 구문이 되어 버렸을 정도다.
이 급변하는 에너지 소용돌이 속을 들여다보면 중국과 인도 즉 친디아(Chindia)가 핵을 이루고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불과 6~7년 전만 해도 석유는 배럴당 10달러의 낮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 이 가격은 60달러선을 돌파했다. 왜 유가가 최근 큰 폭으로 뛰었을까.
최근 OPEC과 러시아가 세계 석유 공급량을 늘려왔지만 수요는 이 공급 증가분보다 몇 배나 빨리 줄달음을 놓았다.
그러면 세계 경제가 그만큼 성장했기 때문인가. 그렇지 않다.
2000년 들어 세계 경제 성장률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시기 연평균 성장률보다 1%P나 낮은 3% 미만에 머물고 있다.
유가 급등을 세계 경제 성장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유가가 폭등했을까.
역사적으로 석유 수요 증가는 경제 성장률의 약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하지만 2000년들어 석유 수요 성장률은 65% 이상이었다.
이 배경엔 최근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는 개발도상국의 높은 경제 발전 때문이다.
특히 친디아가 그 핵심에 있다. 과거 1970년대엔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란 미미했다.
지금도 이들의 1인당 소비는 선진국에 비해 아주 작다.

 

하지만 친디아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세계 인구의 35%가 친디아에 있어 비록 1인당 소비가 작더라도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지난 10년간 친디아의 상품 및 서비스 소비는 미국의 90%에 이르렀다. 또 친디아의 경제 성장률은 미국보다 2~3배 높다.
심지어 10년 후 친디아의 소비가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생소하지 않다.
이런 친디아는 에너지가 필요한 이른바 ‘에너지 블랙홀‘로까지 불린다.
단순하게 생각해도 친디아의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에 유가가 올라갔을 것이라는 추측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일본은 이미 인도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중국은 일본과의 과거 외교적 앙금이 남아있는데다 최근 원유개발을 둘러싸고 동중국해 수역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일본은 재빨리 인도로 눈을 돌린 것이다.
최근 아베 신조 신임 일본 총리는 ”인도와 아시아 역사의 새장을 열겠다“고 까지 말했다.
중국은 현금을 들고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중앙아시아 등을 뛰고 있다.
석유의 안정적인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중동 석유에만 의존하기엔 자국의 경제 성장이 빠르기 때문에 에너지 수급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친디아의 이 같은 변화를 거꾸로 뒤집어 보면 사회간접시설 등 경제개발사업 참여 기회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친디아 자국의 에너지 개발사업에도 많은 사업거리가 생겨나고 있다.
일본은 이를 확보하기 위해 이미 팔을 걷어부친것이다.

이런 상황에 우리나라는 어떤 행동을 취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대통령까지 에너지 외교에 나서고 있다. 에너지 주무부서인 산업자원부 장차관은 하루가 멀다고 해외 출장길에 오른다.
매우 바람직한 일이지만 친디아에 대한 전략을 어떤지 묻고 싶다.
친디아에 대한 많은 보고서와 전망이 나왔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은 요원해 보인다.
우리가 한미FTA협상과 작전통제권 이양 등 현안에 몰두한 나머지 친디아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 친디아의 톱니바퀴는 여전히 빨리 돌고 있다.
친디아행 열차를 타지 못하면 지금까지 쌓아놓은 아시아에서 우리의 위치는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만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사실상 UN사무총장으로 선출됐다.
개인에겐 영광이겠지만 우리나라의 위상을 일거에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다.
이런 때 친디아에 대한 세밀한 전략을 세워 국가적 발전을 이루는 데 정부ㆍ재계ㆍ학계 등이 합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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