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지 않는 물관리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지 않는 물관리
  • 한무영 서울대 교수
  • 승인 2010.07.26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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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무영 교수의 '빗물 칼럼' (26)

[이투뉴스 칼럼/ 한무영] 물관리에 있어서 불길한 상상을 해본다.

40일 동안  밤낮으로 비가 와서 전 세계가 물에 잠긴다면…댐이나 지하수 등 상수원이 고갈되거나 오염돼 도시에 물을 공급할 수 없다면…지하수위가 낮아지거나 가축 살처분 등으로 수질이 오염돼 지하수를 쓰지 못한다면…100년 전 만든 엄청난 규모의 구조물이 수명이 다해 망가진다면…

500년 빈도의 비에 견디게 만든 댐에 1000년 빈도의 큰비가 와서 댐이 파괴된다면. 사고나 테러 등으로 광역상수도라인에 고장이 나서 도시에 물 공급이 중단된다면. 골목에 묻힌 10년 빈도의 강우에 대비해서 만든 하수도에 20년 빈도의 비가 와서 골목이 침수된다면. 이러한 불길한 우려들이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물관리 당국의 실수나 무지로 인해 도시민들이 고통을 겪는 것은 물론 심지어 도시 전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례를 보아 왔다. 이쯤 되면 시민들은 물관리에 관한 한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셈이 된다.

하루라도 없으면 살수 없거나 불편을 겪는 물관리, 과연 우리의 물관리는 안전할까? 우리의 물관리 시스템은 자연적, 인위적, 사회적 요인에 의해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먼저 기후변화다. 이전에 적절한 규모로 만든 시설이라도 비가 더 많이 오면 당연히 용량이 부족해진다.

도시의 인구집중으로 지하수위가 내려가고, 수질오염 등으로 상수원이 줄어들어 원활한 수돗물 공급이 어려워진다. 제 아무리 튼튼히 만든 치수 구조물도 시간이 지나면 수명이 다한다. 유가가 배럴당 20달러인 시대에 만든 물관리 시스템이 유가 상승으로 배럴당 100달러가 되면 만들어 놓고도 운전하기에 부담이 된다. 

현명한 정부라면 이에 대한 대책을 정부 차원에서 시민들과 함께 고민하고 대책을 세워야 마땅하다. 그에 대한 해답을 새로운 패러다임인 빗물관리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도시를 설계하고 관리할 때 물 자급률이라는 수치를 이용하자. 도시에서 연간 사용하는 물 가운데 도시 내부에서 조달할 수 있는 물 비율의 목표를 스스로 정해 그것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도시 내에 떨어지는 빗물의 일부만 모아 두고 관리한다면 물 자급률을 높여 만약의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큰 사회적 혼란을 피할 수 있다.

둘째, 이미 설치된 하수도나 하천의 용량을 증설하지 않고도 설계 강우빈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 그것은 하수도나 하천으로 유입되는 빗물의 일부를 차단하고 모아뒀다가 수자원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수자원을 이용하는 양만큼 하천에서 취수를 하지 않아 하천의 동식물을 보호할 수 있으며, 그만큼 수송하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으므로 저탄소 녹색성장에 딱 들어맞고 지역 고용도 만들 수 있는 일석 3~4조의 현명한 방책이다.

재작년 가뭄의 고통을 겪은 태백시나, 국지성 집중호우에 하수도가 침수거나 하천이 범람된 지역, 지하수에만 의존하다가 지하수가 오염돼 물을 공급받지 못하는 지역, 해수담수화시설을 만들고 비싸거나 망가져서 사용하지 못하는 어촌 마을 등에서는 정부만 믿고 있다가 발등을 찍힌 격이다. 우리나라의 어느 도시도 이러한 우려에 자유롭지 못하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다음에 원망하지 말고 정부당국에서는 발등을 찍지 않도록 하거나 아니면 시민들이 미리 발을 피하는 방법을 찾아보자. 빗물관리가 바로 이런 일이다.

당장 시청에 전화를 해 물어보자. 우리 도시의 물 자급률은 몇 %인가. 이것을 서서히 늘릴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우리 도시의 어느 지역의 하수도나 하천은 몇년 빈도로 설계됐으며, 앞으로 어디에 내릴지 예측할 수 없는 국지성 집중호우에 대해 어떻게 안전성을 확보할 것인가.

그리고 답을 해주자. 빗물을 모아 수자원도 확보하고 홍수에 대한 안전성을 높이도록 이미 앞장서서 조례를 제정한 37개의 ‘레인시티’에서 답을 찾아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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