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교수의 '빗물 칼럼' (27)

[이투뉴스 칼럼/한무영] 최근 들어 환경부에서 빗물이용에 관한 법이 시행되고,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빗물이용이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지만 정작 학생들과 일반시민들은 반신반의한다. 그 이유는 고등학교 공통과학교과서 때문이다.

과학교과서에는 환경분야 내용의 절반을 할애해 산성비의 원인과 피해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해 모든 참고서, 자습서 등에까지 산성비가 나쁘다고 판단할 수 있도록 공부한다. 때문에 환경부에서 주장하는 대로 "빗물이 모든 수자원의 근원이고 빗물관리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루는 원동력"이라고 알고 있으면 오히려 시험문제를 틀리게 된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과학교과서 중 산성비에 관한 챕터의 내용에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제시한다. 대기 중 탄산가스나 황산화물, 질소산화물이 물과 평형을 이뤄 산성비가 되는 화학 이론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교과서에는 고려하고 있는 기체상물질이 조금만 존재해도 강한 산성의 비가 내릴 것처럼 생각하게 만든다. 지금은 환경법과 시민의 의식수준, 그리고 기술개발로 인해 강산성의 비가 지속적으로 내리는 경우는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빗물은 땅에 떨어진 뒤 다른 물질과 반응해 산성도가 쉽게 변한다. '내린 비는 산성, 받은 비는 알칼리성, 모은 비는 중성'이라는 사실과 황사가 같이 오면 중성비가 된다는 사실은 간단한 산성도 측정 장치로 초등학생도 증명할 수 있을 정도다. '한번 산성비라고 해서 영원히 산성비는 아니기 때문'에 산성비가 수자원으로써 빗물의 가치를 떨어뜨리지는 않는다.

인체에 대한 산성도의 위험성은 간단한 실험을 해보면 누구든 금방 알 수 있다. pH5인 산성비보다 pH2.5인 콜라의 산성도(산성도 1 단위는 10배 차이)가 500배 더 강하고, pH3인 쥬스는 100배 더 강하다.

산성비의 피해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다. 산업혁명 당시, 유럽에서는 엄청난 양의 화석연료를 썼다. 대기오염방지에 대한 기술이나 투자, 또는 법규도 없었기 때문에 산성비나 산성안개 등 교과서에 제시된 인간과 자연에 대한 피해가 나타났다. 그러나 그것은 먼 옛날의 일이고 현재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유럽에 있는 대리석 동상의 마모된 사진도 오랜 시간 풍상과 새똥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산성비에 의한 것인지도 간단한 실험을 해보면 자명하다.

그동안 환경부에서는 대기오염 방지를 위한 법률제정과 기술개발 유도, 산성비 측정망 등 많은 노력을 한 결과 산성비의 피해는 눈에 띄게 줄었다. 최근에는 법률을 제정해 빗물이용을 활성화하려고 하고 있다. 그 공로를 다시 인정받고 새로운 '빗물법'을 펼치기 위한 시민들의 협조를 얻기 위해서는 환경부에서 책임지고 빗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고등학교 과학교과서의 환경분야에 대한 수정과 프로그램을 보완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과학교과서 중 환경부분을 고쳐서 다시 쓰고, 스스로 과학적 탐구를 할 수 있도록 실험장비를 지원하고, 학교마다 빗물이용시설을 설치하고 그것을 이용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학생 때부터 빗물 활용, 즉 저탄소 녹색성장을 실천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도,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시민을 기르기 위해서도 가장 시급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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