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지난해 3월 미 연방대법원은 45년간 담배를 피우다 폐병으로 숨진 유가족에게 7950만달러(약 900억원)를 배상하라는 최종판결을 내렸다.

세계 최대의 담배 생산국인 미국에선 흡연 사망자 유가족들의 소송이 잇따르면서 담배회사들에게 징벌적 과징금과 거액의 배상금을 물리는 판결이 내려지고 있다. 허무맹랑한 소송이라 여겨지던 것이 승소 판결을 받으면서 전세가 역전됐다.

담배 소송과 비슷한 또 하나의 소송이 있다. 일명 '자동차 배출가스 소송'. 2006년 미 캘리포니아주 등은 환경보호국이 자동차 배출가스를 규제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의무를 방기한 것이라며 소송을 냈다. 9명의 대법관 중 찬성 5명, 반대 4명으로 역시 승소했다. 이로써 당시 부시 행정부는 환경정책을 자동차, 에너지 산업 환경규제 강화로 전향해야 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2월 '서울 대기오염 소송'에 관한 판결이 내려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원고가 패소했다. 3년 간의 긴 공방이었지만 '입증 부족'이 이유였다. 2007년 2월 서울 시내에 거주하는 천식 등 호흡기질환자들은 정부와 서울시, 자동차 회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사안이었다. 특히 천식이나 아토피 등과 같은 환경성질환을 앓는 사람들이라면 이 소송을 예의주시했을 법 하지만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담배소송과 자동차 배출가스 소송에서 오간 공방은 닮은 구석이 많다. 대기오염 소송이 패소한 이유는 대기오염과 천식의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담배 소송이 처음 제기됐을 때만 하더라도 흡연과 폐암으로 인한 사망의 인과관계는 입증하기는 어려웠다. 마찬가지로 천식, 아토피 등 발생 원인이 자동차 배출가스라고 당장 입증은 어렵지만 향후  담배 소송과 유사한 결론이 내려질 수도 있다.

또 흡연으로 인한 사망은 흡연자 잘못이라는 논리를 뒤엎고 담배회사가 배상금을 낸 것처럼 대기오염으로 인한 환경성 질환자들의 문제는 자동차 회사가 책임지게 될 수도 있다. 이들 회사가 사전에 인체 유해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했단 사실을 입증만 하면 된다.

최근 환경부는 내달까지 자동차 온실가스 규제안을 마련하고 2012년부터 승차인원 10인 이하의 모든 승용차에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자동차사들은 너무 빠른 것 아니냐며 속도조절을 요구했다.

자동차업계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온실가스 규제는 너무 성급한 정책 추진이라며 볼멘소리를 냈다. 그러자 정부가 자동차업계의 불만을 받아들여 규제를 완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실상 자동차사들을 봐주는 형국이다.

국민이 취할 수 있는 대응은 '자동차 배출가스 소송'밖에 없는 걸까. 

김선애 기자 moosim@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