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재생에너지 발전비율 45%로 상승
풍력은 7배 늘어…내년에 전국적 전기차 충전소

[이투뉴스] 원유와 가스 등 화석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해 온 포르투갈이 재생에너지를 통해 '에너지 독립'이라는 성공 스토리를 써나가고 있다.

불과 5년전, 포르투갈 정부는 야심찬 재생에너지 사업을 시작했다. 풍부한 바람자원과 수자원을 이용해 풍력과 수력에 집중하기로 한 것. 태양광과 파력 사업도 곧이어 착수됐다.

그 결과 당시 17%였던 재생에너지 발전률은 5년이 지난 현재 45%에 이르고 있다.

육상용 풍력발전량은 그 사이 7배나 높아졌다. 포르투갈은 내년에 전기자동차를 위한 전국적 전기 충전소를 갖춘 첫번째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호세 소크라테스 포르투갈 총리는 <뉴욕타임스>와의 최근 인터뷰에서"우리의 재생에너지 계획을 완성시킬 수 없는, 한낮 꿈으로 치부하는 비웃음과 조롱을 받았다"며 "그러나 포르투갈의 경험과 그 결과는 단 시간에 큰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성공 뒤에는 포르투갈 국민의 희생이 있었다. 바로 높은 전기료 부담이다.

지난 수 년간 미국 가정보다 약 2배 이상 높은 전기료를 지불한 것도 모자라 최근 5년 동안은 15%나 상승된 전기료를 감당해야만 했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재생에너지로의 전력 기반 전환을 주도해 온 마누엘 핀호 포르투갈 경제혁신부 장관은 "첫 해 우리가 느꼈던 압박감은 상상도 못할 정도"라며 "정치인들은 쉽지 않은 결정들을 내려야만 했다"고 말했다.

미국 에너지 컨설팅사 IHS 이머징 에너지연구소는 "재생에너지 이용을 높이기 위한 포르투갈의 전투적인 정책들은 성공하고 있다"며 "2025년께 아일랜드와 덴마크, 영국도 40% 이상을 재생에너지원으로 전력을 생산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미국이 지난해 신재생에너지원으로부터 발전한 전력은 5% 이하에 불과했다. IHS는 2025년 이 수치는 16%(수력 포함할 경우 20%)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르투갈의 '에너지 전환'에 힘을 싣기 위해 소크라테스 총리는 전 국립에너지 전력기업의 민영화과 구조 재조정을 추진했다. 재생에너지에 적합한 전력망을 만들기 위해서다.

새로운 전력 시장에 사기업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정부는 15년간 고정된 가격을 약속하는 계약과 다양한 발전차액 등을 제안했다. 재생에너지원을 얼마나 비용 효과적으로 끌어모을 것인지 의심의 눈초리와 함께 포르투갈은 실험대에 오른 셈이었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에너지 전환'에 세금 인상이나 공공 부채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전통 연료가 필요하지 않고 탄소도 배출하지 않은 재생에너지원은 값비싼 석유나 천연가스, 석탄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업은 최소 2개 화력발전소를 완전히 폐쇄하고 다른 곳의 운영 시간을 단축시킬 것으로 보인다. 신지푸 지노 국제에너지기구(IEA) 국가 연구부장은 "현재까지 이 프로그램은 국가 부채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미국이 포르투갈과 같은 국가의 재생에너지 사업을 따라 잡으려면 재생에너지에 적합하지 않은 구식 전력망, 역사적으로 값싸고 풍부한 공급이 됐던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 등 장애물을 극복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 개발을 위한 인센티브에 반대하는 석유와 석탄 산업계, 각 주에 의해 결정되는 에너지 정책들도 정부가 풀어야할 숙제들이다. 

◆필요로 시작된 변화

포르투갈의 모험은 필요에 의해 시작됐다. 자국민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전기 이용률이 자연히 상승했다. 그러나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 수입가가 지난 10년새 2배 이상 오르면서 무역 적자가 무거워지기 시작한 것. 에너지 수입은 포르투갈 무역 적자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재생에너지 육성 사업은 포르투갈에 변화를 일으켰다. 이 나라는 현재 자국내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 생산 목표에 도달하는 궤도에 올라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020년까지 전력 공급의 60%, 전체 에너지 수요의 31%를 재생에너지원으로 공급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전체 에너지 수요는 난방과 자동차 연료 등을 포함한다.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 포르투갈은 여전히 공급의 불안정성과 높은 비용에 대한 우려에 직면해 있다. 에너지 생산비와 소비자 전기료도 유럽에서 평균축에 속하지만, 중국과 미국에 비해 현저히 높은 편이다.

이에 대해 포르투갈은 풍력과 수력 등 저렴한 형태의 재생에너지원에 집중해 전체 비용을 낮게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또 유럽연합의 탄소거래 시스템에 감축실적을 팔아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탄소거래 시스템에서 할당량보다 더 적게 배출한 국가나 기업은 남은 할당량을 다른 국가나 기업에 판매할 수 있다. 후지노 IEA 부장은 "포르투갈의 계산법이 너무 긍정적일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러나 이 국가의 이행은 가치있는 신산업을 창출했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지난해 처음으로 포르투갈은 스페인에 소량의 전기을 판 전력 수출국이 됐다. 또 현재 수 만명의 포르투갈 국민들이 새로운 에너지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포르투갈의 에너지 대기업인 에너지아스 드 포르투갈은 미국 아이오와 주와 텍사스 주에 풍력발전소를 소유하고 있는 국제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전력망 시스템 재구성

재생에너지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풍량이나 일조량이 풍부한 지역에서 도심으로 전력을 운송할 수 있는 전력망이 필요하다. 10년전 포르투갈은 전력사가 발전소와 송전시스템을 동시에 소유했다. 2000년 정부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전력 발전과 송전을 분리시켰다.

그리고 정부는 풍력과 수력을 건설하고 운영할 수 있는 사기업에 계약을 경매에 부쳤다. 입찰자들은 그들이 생산하는 에너지에 대한 정부의 보장 가격을 받는 대신,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벤처 투자 등 재생에너지 경제에 투자할 의지가 있어야 했다. 일부 낙찰자들은 해외 기업이었다.

한편 포르투갈을 수십년간 수력으로 전기를 생산해왔다. 새로운 프로그램은 풍력과 수력을 통합한 것이다. 바람이 거센 밤 시간에 풍력으로 물을 끌어올려 낮 동안 물을 흘려 전기를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풍력 공급률이 높은 덴마크는 바람이 없을 때 이웃국가인 노르웨이에서 전력을 수입한다. 포르투갈은 최근 스페인과 전력망을 연결하고 있지만, 비교적 고립된 지역으로 아직까지 자유로운 전력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포르투갈은 쌍방향 배전 시스템을 채택했다. 지붕형 태양광 패널 등 개인이나 소형 발전소의 잉여 전기를 끌어오는 방법이다. 정부는 지붕형 태양광 전력 구매자에게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하는 등 다양한 거래를 통해 이 같은 참여를 올렸다.

먼 거리의 풍력발전소에서 도심까지 전력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새로운 송전선 건설이 필요하다. 이 나라는 10년 전부터 전력망 현대화 산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더 큰 재생에너지원을 끌어안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6억3700만달러가 투입되야 한다고 REN사는 추산했다.

미국도 그리드 현대화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적절한 노력이 이뤄질 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2009년 퓨 센터가 수행한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이 2030년까지 풍력 비율을 전체 전력의 20%로 채우려면 새로운 전력망이 필요한데, 향후 20년간 연 30~40억달러를 투입해야 가능하다.

◆넘어야할 장벽들

에너지 전문가들은 포르투갈의 도전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포르투갈 정부는 많은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정부는 풍력 발전량을 두 배로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터빈의 소음과 불빛으로 새들의 활동 반경에 방해가 되고 있다는 반론을 설득해야한다. 새로운 댐 건설은 강 주변 서식 동식물을 파괴한다는 환경 단체의 비판도 거세다. 

지역 기업들의 불만도 많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사업권을 다국적 기업에게도 허가해주면서다.

풍력발전소 인근 주민들 사이의 갈등도 만만치 않다. 리즈본 남부 바라오 드 상 호아는 대형 풍력발전소가 들어서기 전까지 조용한 마을이었다.

호세 크리스티노 씨는 "(풍력발전소 건설이) 국가를 위해 좋다는 것도 알고 토지 소유자들은 이윤을 낼 수 있다는 것도 알지만, 나에겐 아무런 이득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 주민의 90%가 풍력발전소 건설에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또 5년 전 한적한 도시였던 무라에 포르투갈에서 가장 큰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섰다. 높은 일조량과 쓸모 없는 넓은 부지 등 최적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발전소가 건설되는 동안 400명의 근로자가 고용되면서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됐다. 그러나 현재 발전소의 근무자는 20~25명 뿐이다. 관리와 운영에 많은 일손이 필요하지 않으면서다. 이 지역의 비고용률은 15%에 머물고 있다.

한편 재생에너지 성공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보이는 전문가들도 있다.

미국 자문회사인 가텐 로트코프의 주에치 애널리스트는 "보통 유럽 국가들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며 "그러나 그 성공은 정부의 지원과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경제 위기와 정치적 변화가 일어났을때 이 재생에너지 사업들이 계속 추진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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