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교수의 '빗물 칼럼' (28)

[이투뉴스 칼럼/한무영] 이번 여름은 폭염에 의해 기록적인 무더위가 계속돼 잠을 설친 날이 많았다. 

냉방용 전력수요가 많아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리고, 연일 피크치를 갱신하기도 했다. 최근 몇 년간의 자료를 보면 폭염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기후변화의 영향인지 전세계적으로도 폭염 때문에 사망자가 속출한다는 뉴스도 있었다. 

돈 있는 사람이야 냉방을 해 시원하게 살 수 있지만 실외는 더욱 더워지고 도시 전체도 더더욱 더워진다. 나 하나 시원하게 하기 위해 남을 덥게 만드는 셈이다.

일본에는 우찌미즈라는 전통적인 습관이 있다. 더운 여름에 마을 사람들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나와 같은 시간에 바가지나 물동이를 이용해 도로에다 물을 뿌리는 것이다.

이를 전후해 기온을 재면 순식간에 3℃ 정도 낮아진다. 마을 사람 모두 다 조금씩 힘을 보태 마을 전체가 일시적으로 더위의 피크를 줄이는 아름다운 전통이다.

파주의 한 축산농가에서 빗물을 모아 우사의 지붕에 뿌려 주니 축사 내 온도가 2℃ 정도 낮아진다고 한다. 쾌적한 기온에서 병도 덜 걸리고 생산성도 높아진다는 것이 농장 주인의 말이다.

이를 공장에도 적용할 수 있다. 공장의 특성상 넓은 지붕이 있게 마련인데, 한여름에 공장 전체를 냉방하기는 어려워서 공장의 작업환경은 열악해 진다.

여름에 비를 받아 저장한 뒤 주기적으로 지붕에 물을 뿌려주면 돈을 안 들이고도 공장 내부의 온도를 낮출 수 있다. 지붕에 뿌려진 물은 다시 홈통을 타고 빗물저장조로 모여지고 밤 새 식혀 다음 날 다시 사용할 수 있다.

더운 날 소나기라도 한바탕 오면 시원해지듯 도시에서도 물을 뿌려 마찬가지 효과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수돗물은 비용 문제가 있고 하수처리수는 심미적 거부감이 있다.

지하수는 에너지 문제나 지하수위 하강 때문에 적절한 대안은 안된다. 그런데 하늘에서 떨어진 빗물은 비용면에서나 심미적·환경적인 측면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

게다가 빗물을 모아두면 홍수 조절 효과도 있으니 1석3조의 역할을 한다. 냉방에너지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저탄소 녹색성장의 정책에 딱 들어맞는 방법이다.

우리나라의 기후특성상 더운 여름에 비가 많이 온다. 모은 비를 뿌려 열을 식히는데 가장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추운 겨울에 비가 오는 중동과 같은 나라에 비교하면 천혜의 혜택을 받은 셈이다.

입추가 지나니 이제는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져서 열대야가 사라진 듯하다. 내년에 닥칠 폭염과 그에 따른 사회적 혼란과 불편을 대비하기 위해 정책적 제안을 한 가지 하려 한다.

올해 가장 더웠던 도시의 어느 한 구역을 대상으로 빗물로 열섬현상을 해소하는 시범사업을 하자.

빗물을 모아 주기적으로 도로나 지붕에 물을 뿌리고 계류를 만들고 땅 속에 침투시킨 뒤 천천히 증발시켜 빗물이 갖고 있는 열적 특성을 충분히 활용, 시원한 거리를 만드는 것이다.

이 방법으로 빈부에 관계없이, 심지어는 동·식물들조차도 누구 하나 손해 보지 않는 모두가 행복한 정책이 실현될 수 있다.

이러한 운전 및 모니터링 자료를 이용해 도시의 열섬현상을 해소하는 창의적인 시스템을 개발하자. 이를 도시계획에 반영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을 하자. 그리고 이 기술을 폭염으로 고통을 받는 다른 나라에 전파하자.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우수한 기후변화 적응 실력과 아름다운 마음씨를 전파해 줌은 물론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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