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정부는 올 여름 최대 전력 사용량이 사상 최대치인 7070만kW를 돌파할 것이라며 에너지 절약을 호소하고 권장 냉방온도를 지켜달라는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였다. 이에 따라 각종 관공서는 물론 ‘휴가 명소’였던 백화점, 은행 등의 실내온도가 예년보다 평균 1~2도 높아졌다.

하지만 30℃가 웃도는 그야말로 찜통 더위에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권장 냉방온도를 준수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난 10일 오후 3시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창문이 대부분 열려있다. 

정부가 일반건물은 26℃, 판매시설은 25℃ 이상의 온도를 유지해달라는 캠페인을 벌인 뒤 중앙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에어컨을 튼 채 바깥 바람이 들어오도록 문을 열어놓았다. 권장 온도인 26℃로는 뜨거운 여름을 식힐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 노원구의 한 경로당. 유명무실한 에어컨을 곁에 두고 경로당에 모인 노인들이 열심히 부채질을 하고 있다. 손목이 저릿저릿해 잠깐이나마 부채질을 멈추고 싶지만 그렇게 해서는 머리카락 사이에 고이는 땀방울을 피할 길이 없다. 그렇다고 에어컨은 틀 수는 없다. 밖은 30℃지만 실내는 27℃인지라 가동 기준에 맞지 않기 때문.

한국전력과 발전사 본사는 좀 더 가혹한 상황에 놓여있다. 온도가 28℃ 이상이 되면 중앙에어컨을 가동하지만 최대전력 현상이 발생하면 꿈도 꾸지 못한다. 직원들 옆에는 선풍기들이 하나씩 놓여 있는데 이마저도 청년인턴이나 직급이 낮은 직원들에게까지 돌아가진 않는다.

이들은 그저 지하철 역 입구에서 받아온 부채로 하릴없는 손짓을 할 뿐이다.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옆 사람의 선풍기 바람을 쐬거나 간간히 세수나 하는 것 뿐.  정부가 제시한 냉방온도를 두고 논란이 많다. 권장 온도 자체가 너무 높다는 것.

모 부처 과장은 “아랫층은 시원할지 몰라도 높은 층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은 매일 부채질하며 더위를 견뎌야 한다”고 푸념했다. 전력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한 직원은 “얼마 전 에너지 절약을 위한 문서를 작성했는데 같은 날 한 학교 여학생이 더워서 공부를 제대로 못하겠다고 말하는 뉴스를 보게 됐다”며 “수능을 앞둔 한 학생이 공부하기 위해 더운 날 진땀 빼는 모습이 아른 거려 직업에 대한 회의가 들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에너지는 낭비해서는 물론 안 된다. 그렇다고 때와 장소도 구분이 하지 않은 권장온도를 '무조건' 준수하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에너지절약도 예외는 있어야 한다.

장효정 기자 hy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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