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건축물인증제 평가기준 혼선
에너지 효율향상 관련 점수는 전체점수 중 고작 10%대

[이투뉴스] "친환경건축물인증을 받은 건물이라고 모두 친환경건물은 아니다."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친환경건축물인증제도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항목별로 나눠져 있는 인증제 평가기준이 모호하고, 설정된 배점기준도 애매하다는 지적이다. 한 부문에서 일정 점수를 받지 못해도 다른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 인증을 받는 데 어려움이 없다.

일례로 유해물질이 방출되지 않는 자재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주변환경을 녹지로 꾸미거나 수자원을 적절히 활용해 일정 점수를 받으면 친환경인증제를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항목별로 받아야하는 점수의 제한을 두지 않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거나 절차가 복잡한 부문은 업체가 유리한 방향으로 간편화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

이와 함께 친환경인증제에 포함된 에너지부문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도 있다.

친환경인증제는 이름 그대로 환경, 생태 등 친환경분야를 평가하는 것인데 이 가운데 에너지 부문이 포함돼 있으나 유명무실 하다는 지적이다.  

친환경인증제 평가항목은 업무용 건축물의 경우 ▶토지이용(생태학적 가치, 일조권 간섭방지) ▶교통(대중교통에의 접근성, 자전거 보관소 설치) ▶에너지(에너지 효율향상, 계량기 설치 여부, 조명에너지 절약, 신재생에너지 이용) ▶재료 및 자원(화장실 사용 소비재 절약, 친환경인증제품 사용 여부, 분리수거, 탄소배출량 정보 표시) ▶수자원(우수부하 절감대책, 생활용 상수 절감 대책, 우수 이용, 중수도 설치) ▶환경오염방지(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오존층 파괴물질 사용 금지) ▶생태환경(자연지반 녹지율, 생태 면적률, 비오톱 조성) ▶실내환경(공기환경, 온열환경, 음환경, 쾌적한 실내환경 조성) ▶유지관리 등 9가지 부문에서 세부평가기준을 두고 있다.

각 항목의 배점은 최저 1점부터 최대 12점까지 항목에 따라 다른 배점이 주어진다.

에너지부문의 에너지 효율향상에 대한 평가항목은 전체 107점 가운데 12점에 불과하다. 에너지 절약이 친환경인증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에서는 에너지절약 부문을 강화하지 않으려는 경향도 있다.

에너지부문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패시브적인 기술을 도입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기밀성능이 강화된 벽체나 로이유리 등을 사용하게 돼 비용 상승을 유발한다.

공사비용의 상승은 분양가를 높여 미분양 사태를 초래할 수 있어 건축주 입장에서는 꺼리기 마련이다.

특히 친환경인증제 에너지 부문은 건축물의 에너지 소요량이 아닌 설비에 대해 배점을 부여한다. EPI(에너지 성능 지수) 점수를 활용하는데 이는 해당 설비를 많이 설치할수록 점수를 많이 받게 되므로 건축주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건축사사무소 탑의 최정만 소장은 "친환경은 숫자로 따질 수 없는 부분이지만 에너지는 회수기간을 따질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 "현재는 '몇% 정도 절약된다'는 등의 뜬구름 잡기 식이다. 에너지절감량과 회수기간을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절약적이면서 환경친환적인 건축물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친환경건축물인증제'와 '에너지효율등급제'를 모두 받으면 되겠지만 인증비용이 만만치 않아 웬만한 업체는 받아들이기 힘든 실정이다.

인증제와 등급제를 모두 취득한 경우 취·등록세 면제 등의 혜택을 주고 있으나 이는 대기업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하나의 건축물 인증을 받기 위해 수천만원을 들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이에 대해 최 소장은 "친환경건축물인증제에서 에너지부문을 더욱 강화하거나 아니면 아예 제외시키는 것도 방법"이라며 두 제도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실제 두 제도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인증제는 건축물의 주변 환경 및 생태에, 등급제는 건축물 사용 에너지에 초점을 맞췄다.

두 제도는 심사기준도 다르고 주관부서도 다르다. 친환경인증제는 국토해양부와 환경부가, 효율등급제는 국토부와 지식경제부가 맡아서 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등급제 운영을 맡고 있는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친환경인증제는 국토부와 환경부가 주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단으로 연락해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며 "어쩔수 없이 친환경인증제에 대한 내용도 간단하게나마 숙지하고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소장은 "한 부분이 부족해도 어려움 없이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점수제의 장점이면서 폐단"이라며 "친환경건축물이라 하면 에너지절감형 건축물로 오해하하는 경우도 있어 제도에 대한 확실한 의미 정립과 그에 알맞은 홍보는 필수"라고 덧붙였다.

이나영 기자 nylee@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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