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교수의 '빗물 칼럼' (29)

[이투뉴스 칼럼/한무영] 정부가 수도가 보급되지 않은 농어촌지역에 상수도를 공급하기 위해 예산을 책정했다. 전 국민이 안전한 물을 공급하는 것은 정부의 의무다. 그러나 그 방법에는 지역적 특수성이 고려돼야 한다.

멀리 떨어진 분산형 마을에까지 집중형 시설인 정수장과 송배수관로에서 만든 수돗물을 공급하고 거기에만 의존하도록 하는 것은 장래 기후변화에 대한 안전성과 에너지 사용의 관점, 주민들의 비용 부담면에서 과연 최적일까.

재작년 강원도 태백시는 가뭄으로 고통을 겪었다. 상수도 시설을 완벽하게 만들어 놓고도 원수 공급량의 예측이나 운전을 잘못해 낭패를 본 셈이다. 멀리까지 수돗물을 펌프로 보내려면 그만큼 에너지가 많이 든다. 멀수록 압력을 높여야 하는데 그러면 누수는 더욱 더 많아지게 마련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과 주민들의 내야하는 비용이다.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은 국민의 세금이다. 건설 후에는 유지 관리비나 사용한 양을 수도요금으로 내야 한다. 소득이 적은 농어촌 지역 주민에게는 작은 비용도 부담이 된다.

과거에 잘 사용하던 우물 등을 없애면 태백처럼 인위적·자연적 문제가 발생해 고통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이때 화재라도 나면 큰일이다. 사람에게는 물을 배급하면 되지만 가뭄지역의 동·식물들은 고스란히 다 말라 죽을 수밖에 없다.

사람과 자연에게 집중형 상수도시스템 일변도로 공급하는 것이 과연 선물일까, 부담일까?

우리나라 상수도 정책은 사막형 물관리다. 일년에 1300㎜ 정도 오는 빗물을 고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빗물의 수량적, 수질적 특성을 잘 살리면 누구에게나 가장 깨끗한 음용수를 값싸게 공급할 수 있다. 빗물의 소유권에 대한 분쟁도 없고, 처리와 운송에 드는 에너지도 적게 든다. 과거 수천 년 동안 그렇게 해왔 듯 하면 된다.

지금의 정책은 자기에게 주어진 물을 다 흘려버리고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다른 아이의 것을 빼앗아 주는 '멍청한' 어른과 같다. 각 자 자기에게 떨어진 물을 최대한 받아서 쓰게 한 다음 모자란 것을 나눠 주는 것이 '현명한' 어른일 것이다.

빗물의 불균등한 수량과 수질개선에 대한 연구가 진행돼 전 세계 비가 오는 어느 지역에라도 빗물로 상수도를 공급하는 것이 가능하다.

최근 환경부가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농어촌 지역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계획과 예산이 책정됐다. 국민의 세금을 최선의 방법으로 사용하는지 보급 후 주민의 경제적 부담, 에너지 절약면, 그리고 산간벽지에 공사를 위한 자연훼손 등도 우려된다.

사고나 기후변화에 대한 안전성의 보장도 미흡하다. 지금의 방법은 빗물은 고려하지 않고, 다만 아래로 내려간 더렵혀진 빗물을 돈과 에너지를 들여 처리한 후 위로 보내자는 것이다.

정부 당국에 비(非)사막형 상수도 공급에 대한 비교 시범사업을 제안한다. 농어촌 지역 두 곳을 택해 하나는 현재의 사막형 물관리로, 또 하나는 빗물을 이용한 상수도를 만들어 공사비와 유지관리비, 시민들의 용인도, 비상시 대비 안전성 등을 비교하는 것이다.

빗물을 이용한 시설에서는 공사비와 유지관리비의 반만 들인다면 세계 최고의 수질의 물을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자연과 후손에게도 보장할 수 있다.

빗물을 잘 이용하면 지역의 물 자급률을 확보하고 에너지를 줄이는 획기적인 상수도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이 시범사업이 성공되면 동아시아나 아프리카의 물문제를 해결하면서 저탄소 녹색성장의 세계 진출의 본보기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국민의 세금부담을 줄이고 물에 의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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