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우 한국수력원자력 방사선보건연구원 방사선영향연구팀장

[이투뉴스 칼럼/ 진영우] 세상의 많은 것들은 음과 양의 성질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한다. 원자력이 그 좋은 예다. 원자력은 매우 강력한 에너지원이지만 원자폭탄이라는 음지와 원자력발전이라는 양지의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있다. 이 둘 모두에서 마지막 산물중의 하나가 방사선인데, 이 또한 음과 양을 두 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다.

방사선은 1895년 뢴트겐이 방사선을 발견한 초기부터 사람들의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쓰이기 시작했다. 이는 방사선이 인체를 꿰뚫어 볼 수 있고, 세균은 물론 암 세포도 죽일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방사선발견 초기에는 머리에 비듬이 많은 사람들도 이를 이용했다고 한다.

문제는 방사선의 이런 장점이 인체의 정상세포에는 우리가 원하지 않는 이상 또는 질병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사고의 경우지만 많은 방사선을 맞은 경우 피부가 화상을 입은 것처럼 되기도 하는데, 방사선 발견 초기에는 적절한 방사선량을 몰라서 이런 방사선 화상을 입은 사람들이 많이 증가했음은 물론 피부암이 발생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방사선의 양지에 대해 더 알아보자. 현대인은 알게 모르게 방사선으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아왔다. 대표적인 예가 방사선의학인데 암을 비롯한 여러가지 병의 진단과 치료에 필수적인 요소가 방사선이다. 방사선이라는 민감한 도구를 이용해 미세한 암을 발견할 수가 있다. 최근 고급 건강진단 항목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이 그 좋은 예다. 한편 암 치료를 위해 방사선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상 조직에는 방사선조사를 최소화하면서 암 부위만 방사선을 쏘여주는 방사선 치료 기구와 기법들이 도입돼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그 외에도 방사선을 이용한 식품과 기자재의 멸균, 물질의 성질변화를 통한 공업적 이용 등 또한 좋은 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은 방사선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데, 이는 일본의 원자폭탄, 구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 등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고 본다. 이 둘은 대재앙이 확실하며, 그 이후 방사선에 대한 많은 연구결과 높은 선량에서는 분명 피부에는 화상과 같은 염증을 일으키고, 우리 몸의 피를 만들어내는 골수를 무력화시켜 나쁜 균에 대한 저항력을 약화시키는 등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중요한 것은 이런 방사선은 사고 등으로 매우 많이 노출됐을 때 생긴다는 것이다.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유치 때 많은 분들이 자신의 손녀가 암에 걸리거나 기형아를 낳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는 것을 보았다. 이렇듯 의료적, 산업적 노출은 그 수준이 매우 낮지만 많은 사람들은 불안해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실제 일상적이거나 업무에 의해서 노출될 수 있는 방사선에 인체는 어느 정도나 영향을 받을까? 기형 등 유전적 이상의 증가를 예상했지만 연구결과 염려했던 것보다 훨씬 그 영향이 낮아서 최근에는 암 연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방사선 초기부터 이 음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돼 왔는데,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연구비가 투자된 독성 연구 분야지만 여전히 명확한 답을 내놓진 못하고 있다. 이를 연구하기 위한 분야는 ▶사람들이 특정 환경에서 얼마나 많은 방사선에 노출된 양을 평가하는 보건물리 분야 ▶얼마의 방사선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질병이 생기는 가를 알아내기 위해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하는 역학분야 ▶어떤 과정을 통해 이런 이상이 생기는지에 대해 동물이나 세포를 이용하여 연구하는 생물학 분야로 나눌 수 있다.

2000년 들어 미국, 일본, 유럽 등지에서 국가적인 연구가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이 대열에 합류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역학 분야의 경우 세계에서도 보기 드물게 원자력발전소 주변에 사는 주민들에 대한 역학연구가 1990년 초부터 시작돼 20년 넘게 진행돼 오고 있으며, 더불어 원자력발전소 종사자에 대한 연구도 동시에 이뤄졌다. 현재까지의 결과는 일반인에 비해 고려할 만한 차이가 없다.

또한 세계적인 규모의 원자력발전소 종사자에 대한 연구가 이뤄졌다. 방사선에 의한 암 증가가 가능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으나 결론을 내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며 앞으로 더욱 확대하여 연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어떤 과정을 통해 암 등의 질병이 생기는가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한 연구도 또한 전 세계적으로 진행돼 오고 있다. 저선량방사선 또한 암 발생의 증가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에서부터 저선량방사선이 오히려 인체에 유익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까지 다양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특히 우리 몸의 면역과 노화 등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연구들도 많으며, 우리 연구원도 최근 방사선에 노출시키지 않은 초파리에 비해 낮은 방사선을 노출시킨 초파리가 수명이 길어진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저선량방사선에 대한 생물학적 연구의 주요 목적 중의 하나는 방사선에 민감한 사람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유전자에 따라 술이 약한사람이 있고, 강한사람이 있듯 방사선에 대해서도 그런 역할을 하는 유전자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며, 이를 찾아낸다면 일반인은 물론 방사선작업종사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기초가 마련될 것이다.

원자력발전소나 병원 등에서 노출되는 방사선에의해 암 등 건강이상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들이 심심하지 않게 언론매체에 보도되는 속에서도 “저선량방사선은 그 영향이 매우 미미한데 왜 연구를 하려고 하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그렇다면 선생님께서 혹은 선생님의 식구들이 그 환경에서 방사선에 계속 노출된다면 선생님은 안심하고 일하거나 진료를 받으실 수 있겠습니까”하고 되묻곤 한다. 그러면서 한마디 더 한다. “방사선 노출에 의한 불안감을 갖고 계십니까?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궁금하십니까? 만약 그렇다면 연구에 투자하십시오.”

최근 우리나라 원자력은 원전수출 등에서 보듯이 세계적인 기술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양지가 계속되기 위해서는 방사선 불안감 등 음지의 문제에 대해서도 계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마침 국가에서도 이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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