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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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뉴스/사설] 말도 많고 탈도 컸던 전력산업 구조개편 방안이 확정됐다. 지식경제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했던 전력산업 구조개편 방안을 검토한 뒤 최종안을 지난주 발표했다. 개편 방안을 한마디로 평가하면 여러 가지 논란은 많았지만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선 듯한 느낌이다. 현행 구조와 크게 다른 점이 없다는 얘기다.

이런 안을 만들기 위해 큰 돈의 용역비까지 들였나 생각하면 우리의 갈등 해소를 위한 사회적 비용이 도처에서 엄청나게 들어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전력산업 구조 개편 방안에 대한 논란은 국민의 정부에서 2000년대 초 시장 경쟁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던 정책이 노무현 전대통령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 정부 들어 사실상 백지화되면서 비롯됐다.

전력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발전분야를 한국전력공사에서 떼어낸 뒤 배전과 판매 분할까지 이룩하려는 당초 전력산업 구조개편 방안은 노무현 정부 당시 배전분할이 중단되면서 암초에 부딪혔다. 더욱이 이명박 대통령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공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전력산업 구조 개편 방안은 공중에 뜬 상태.

전력산업 구조 개편이란 큰 문제가 흐지부지 되면서 새로이 용역을 맡기고 논의 구조를 거쳤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이 결론이 맺어진 것이다. 정부는 최종안을 마련하면서 당초 전력산업 구조 개편에 대한 방향에 대해서도 이렇다할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바꾸어 말하면 원칙과 철학에 대한 입장도 없이 이런 저런 문제를 짜깁기해 마련한 듯한 인상이다.

원자력 수출역량 강화를 위해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통합문제가 거론됐지만 한수원의 경주 이전 문제가 걸리면서 KDI 용역 결과에서부터 빠지는 등 진통이 거듭됐다. 판매분할이 바람직하다는 용역 방안 역시 관련 노조의 강력한 반발 등으로 유야무야됐다.

다만 내년부터 전력요금의 원가 연동제를 실시할 계획을 처음으로 확실히 언명하고 2012년부터는 공장이나 에너지 다소비 업체에 전기요금을 많이 몰리는 전압별 요금제를 실시키로 한 것은 진일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전력에는 원자력 수출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별도 조직을 만들도록 허용했지만 그동안 발전자회사에 행사해왔던 영향력은 오히려 줄임으로써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발전 자회사에 대한 임원 임명권과 감독권을 한전 사장이 행사했으나 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함으로써 지식경제부가 직할 운영하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은 이번 전력산업 개편안 마련 과정에서 미래를 향한 청사진이나 큰 방향 제시는 없었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반면에 감독기관인 지식경제부는 과거보다 더 입김이 세졌다는 점에서 씁쓰레한 뒷맛을 남겼다. 관료적 편의주의는 쉽게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한번 되새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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