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올 여름 내내 푹푹찌는 더위가 계속됐지만 전기요금에 부담을 느껴 선풍기조차 틀지 못한 '에너지 빈곤층'은 무려 120만 가구를 넘어섰다.

이들에 대한 제도적 지원은 보통 현금으로 지급되고 있으며, 에너지 생산 공기업 및 관련 단체에 의한 비제도적 지원은 에너지원 가격 할인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지원 대상은 기초보장수급자다. 현재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에너지 바우처'제도 역시 이들 수급자를 우선 적용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문제는 법적으로 지원이 보장된 이들 수급권자 외에 사각지대에 놓인 차상위계층이나 소외계층 등이다. 에너지 바우처 제도마저 기존 기준이 적용된다면 어디에도 호소할 수 없는 이들의 열악한 에너지기본권은 또다시 외면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는 수급자와 비수급빈곤층 사이의 간격을 더 넓히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이현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복지지원 수급자는 모두 동사무소 등을 통해 파악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정확성이 떨어진다"며 "건강보험 공단을 통해 대상자를 재발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에너지 지원만큼은 폭염과 추위에 약한 계층을 대상으로 실질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벌이가 없는 가난한 아들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수급대상자에서 제외되는 것이 현실이다.

에너지 복지가 필요한 대상을 소득이나 자산기준으로 판단·지정하기 보다 욕구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생계급여 대상에는 들지 못해도 에너지 복지 지원의 대상을 될 수 있다. 

에너지원만을 지원하는 '에너지 바우처' 제도가 도입된다면 대상자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한다.

만약 에너지 바우처 제도의 대상자를 차상위계층까지 확대한다면 재정적, 정책적 부담이 따르는 것은 당연지사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예산확보 속도에 따라 지원범위를 조정한다면 단기적으로는 차상위계층까지 지원할 수 있다.

열대야도 아니었던 지난 여름 밤. 갑자기 컴퓨터의 전원이 꺼지면서 온 세상이 암흑으로 변했다. 아파트 단지에서 한꺼번에 너무 많은 에어컨이 동시에 가동되면서 정전이 발생했다. 

5시간여의 더위와 어둠속에서 참지 못한 한 주민이 갑자기 밖으로 뛰쳐나와 "에어컨도 못 틀고 이게 뭐야!"라며 언성을 높였다.

풍요로운 에너지를 공급받던 이에게 예상밖의 정전이 큰 스트레스를 준 듯했다.

에너지는 인권처럼 기본권이다. 누구나 빈부의 격차와 상관없이 최소한의 에너지를 공급받을 권리가 있다.

에너지를 쓰는 사람 따로, 아끼는 사람 따로, 그리고 에너지 부유층과 빈곤층이 따로 존재하는 오늘날 한국의 여름밤은 유난히 무덥기만하다.  

전빛이라 기자 jb1021@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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