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분뇨 자원화·에너지화 시설 144개서 확대 계획
15개소 월 270만kW 전기생산, 9000여 농가 한달 사용량 충당
2012년 해양투기 전면 금지 최선책…온실가스 감축까지

▲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한국형 축산 바이오가스 생산 시스템'.
[이투뉴스] 축산업이 가축분뇨 배출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12년부터 가축분뇨의 해양투기가 전면 금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축분뇨를 바이오에너지로 이용하면 환경오염을 예방하고 화석에너지 대체, 온실가스 감축 및 농촌생활 환경까지 개선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축산업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비치고 있다.

지난 2일 농촌진흥청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가축분뇨 이용 바이오가스 생산의 산업화 방안 심포지엄'에서는 가축분뇨의 산업화를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모여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우선 환경부와 농림수산식품부는 2013년까지 자원화 시설 144개소, 에너지화 시설은 15개소까지 확대해 가축분뇨 자원화를 90%까지 이루겠다는 로드맵을 내놨다.

에너지화 시설 15개소는 월 270만kW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데, 이는 9000여 농가가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이다.

신현관 농림수산식품부 축산정책과장에 따르면 지난해 가축분뇨 발생량은 4370만톤이다. 2008년 발생량 4174만톤 대비 4.7%나 증가한 수치다. 

가축분뇨의 대부분인 85.6%는 퇴액비화 되고 있으며 9.5%가 정화처리, 2.7%가 해양투기 형태로 처리된다.

농림부는 에너지화되는 가축분뇨의 경제성 확보를 위해 기술개발과 제도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경제성이 있을 경우 정부감독을 지양하고 민간투자를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기술은 선진국형 축산분뇨 처리방식인 혐기성 소화공정이다. 혐기성 소화공정은 호기성 처리방법에 비해 에너지 소모량이 낮아 경제적 효과가 있다.

올해 시범사업으로 에너지화 시설 3개소를 설치한 후 평과 결과에 따라 확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신 과장은 "현재 지식경제부 등에서 가축분뇨를 원료로 한 에너지화 시설 13개소를 설치·운영하고 있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호주의 경우 바이오가스 기술이 하수처리와 음식물 가공업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지만 집약형 축산단지에서는 적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지원 부족이 주된 이유다. 그러나 최근 에너지와 비료 가격이 상승하고 정부가 탄소배출저감계획을 도입하면서 집약형 축산단지 가운데서도 양돈단지가 관심을 받고 있다.

우분은 고형분 형태로 모아지며 수분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메탄이 생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양계 단지 역시 발생 찌꺼기 대부분이 고형분이며 기존 혐기소화 공정 조건에 맞지 않아 바이오가스 기술을 적용하지 않는다.

호주에서 유명한 바이오가스 생산 시설은 1989년 빅토리아주 베리뱅크 양돈장에 설치된 시설이다.

이곳에서는 1만5000두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으며 2단 가온형 소화주에서는 매일 1700m³의 바이오가스가 생산된다.

이때 발생되는 열은 소화조 가온과 분만돈사 보온에 사용되고 있으며 이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생산되는 고형물은 30리터 포장퇴비로 만들어져 연간 백만개씩 팔려 나간다.

하루 동안 소화공정 중 발생하는 10만리터의 재순환수는 농업용수로 사용한다.

덴마크에서는 정부 지원아래 20여년 전 바이오가스 기술이 도입됐다.

폴 에즈나 라스무센 덴마크 리뉴에너지 A/S 대표는 자체 개발한 혐기소화조 KURUNA 바이오가스 플랜트에 대해 소개하면서 "퇴비와 황산암모늄은 비료로 판매할 수 있고 정화처리수는 에탄올 생산공정에 이용된다. 이 과정에서 생산되는 바이오가스는 탈황과정을 거쳐 열병합 발전설비 연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탄올 생산공정에서 나오는 증류폐액과 유기성 폐기물을 혼화조에서 혼합한 후 바이오가스 생산을 위해 2만5000m³용량의 소화조 5개에 유입시키는데, 이 소화조에는 바이오가스 이송관과 유출관이 있다.

소화폐액은 퇴비 및 황산암모늄을 생산하고, 정화처리를 위해 분리시설로 이동하면 정화처리수가 돼 에탄올 생산공정에 이용된다.

라스무센 대표는 "혐기성소화조는 아주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과정"이라며 "고체거름은 성분의 대부분이 인과 섬유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996년 이후부터 덴마크는 모든 바이오 공장에 탈황시설을 반드시 설치하게 했다. 가축분뇨는 황화수소를 상당량 함유하고 있어 기계를 부식시키기 때문에 3년이 지나면 혐기성소화조를 새로 짓는다"고 말했다.

이같은 연구는 한국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지난해 설치한 '한국형 축산 바이오가스 생산 시스템(SCB-M)이 그것이다.

이 시설은 바이오가스를 생산할 수 있는 혐기소화조와 소화폐액을 액비로 전환시킬 수 있는 유기자원 퇴비단으로 구성돼 있다.

혐기소화조를 거친 소화폐액은 톱밥과 왕겨 이중층으로 이뤄진 유기자원 퇴비단을 거친다. 호기발효에 의한 유기물 분해과정에서 퇴비단 내부열이 발생돼 소화조 온도를 35℃정도로 유지시킨다.

이 때문에 겨울철 따로 온도를 유지하지 않아도 바이오가스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으며 고품질의 유기액비를 생산해 농경지와 골프장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이 액비는 냄새가 없는 발효액비로 물과 양분을 필요로 하는 모든 곳에 적용될 수 있어 현재 농경지 외에도 골프장, 산림, 간천지 등에 활용되고 있다.

조승희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환경과 박사는 "이 시설은 메탄과 비료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조 박사는 "SCB-M이 자연순환농업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틀이 될 수 있길 바란다"면서 "탄소중립공정이라는 용어 자체는 수동적이고 수비적인 용어같다. 탄소우위라는 용어를 이용해 좀 더 능동적이고 공격적으로 바이오가스 생산기술이 연구됐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전빛이라 기자 jb1021@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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