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9개 도시 지정해 놓고 '나몰라라'
예산 30억→20억 줄고 정책지원도 없어 유명무실

[이투뉴스] 환경부가 지자체의 기후변화 역량강화 차원에서 추진중인 기후변화대응 시범도시 사업이 제자리를 못찾고 있다.

2007년부터 현재까지 9개의 기후변화대응 시범도시를 지정했지만 중앙정부가 수행하기도 벅찬 사업을 지자체 홀로 추진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2007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가 첫 기후변화대응 시범도시로 선정된데 이어 과천시, 창원시, 부산광역시, 광주광역시, 울산광역시, 여수시, 원주시가 시범도시에 포함됐다. 지난해 중부권에만 시범도시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천안시를 지정하면서 현재 모두 9개의 시범도시가 운영되고 있다.

이들 9개 시범도시는 중점 추진사업을 중심으로 특화돼 있다. 구체적으로 ▶제주도는 기후변화 영향·예측평가·적응 프로그램 마련 ▶과천시는 개인 배출권 할당제 ▶창원시는 녹색교통 중심도시 조성 ▶부산시는 공공기관 배출권거래제 ▶광주시는 탄소은행제 ▶울산시는 공익형 탄소펀드 조성 및 CDM(청정개발체제) 발굴 ▶여수시는 기후보호 국제시범도시 조성 ▶원주시는 친환경 에너지 자립형 시범마을 조성 ▶천안시는 기후변화해설사 양성 등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이들 사업에 대해 환경부는 일부 재정을 지원하고 있지만 그나마 책정된 예산도 턱 없이 부족하다. 환경부는 지난해 이 사업에 30억원가량을 투입했으나 올해에는 지난해 대비 10억원이 감소한 20억원의 예산을 책정해 지원하고 있다.

한 시범도시 관계자는 "원래 제주와 과천을 기후변화대응 시범도시로 특화하려 했으나 더 많은 지자체들을 시범도시로 지정하면서 예산이 분산돼 정부 지원이 더 약화됐다"고 주장했다.

환경부 기후변화협력과 관계자는 "모든 지자체가 기후변화대응 관련 사업을 펼치고 있어 골고루 분배하느라 시범도시 자체에 대한 예산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국가 예산에 기대지 않고 지자체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한 경우도 있다.

광주광역시는 광주은행과 손 잡고 '탄소은행제'를 시행하고 있다. 탄소은행제는 전기료와 가스료를 아낀 비율에 따라 현금으로 보상하는 제도로, 광주은행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 이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턱 없이 부족한 예산도 문제지만 환경부가 시범도시를 지정만 하고 사업 추진은 '나몰라라' 한 채 지자체에 떠맡겨 지자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과천시의 '개인 탄소배출권 할당제' 사업에 참여한 관계자는 "큰 사업이다보니 환경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지만 그런 것은 없다"며 "시범사업을 통해 불거진 문제점을 보완해 제도적으로 뒷받침 해주는 등의 지원책조차 없다"고 토로했다.

2007년 7월 기후변화대응 시범도시로 지정된 과천시는 그해 12월부터 개인 탄소배출권 할당제를 중점 사업으로 추진했다. 탄소배출권 할당제를 적용받는 가정에서는 시가 정한 가구별 할당량의 범위(249kw) 안에서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1년 간의 환경부 시범사업을 마친 뒤 과천시의 중점 추진사업은 '카본 다운 프로젝트(Carbon Down Project)'로 뒤바뀌었다. 이 프로젝트는 전기나 도시가스, 수도 등에서 탄소를 감축한 가정에 포인트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환경부의 '탄소포인트제'와 동일하다.

환경부가 과천시에 부처 시범사업까지 맡겨 놓고도 제도적 보완을 하기보다 다른 제도를 택해 과천시의 대표 기후변화대응 사업까지 바뀐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기후변화 전문가는 "기후변화대응 시범도시들이 중앙정부가 시행하기에도 벅찬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어서 각 지자체가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중앙정부 차원의 중간점검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환경부는 앞으로 기후변화대응 시범도시를 추가적으로 지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김선애 기자 moosim@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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