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지난달부터 고시원과 오피스텔의 도시가스 요금이 서울시 기준으로 6~8% 인하됐다. 주택법 시행령이 개정돼 고시원, 오피스텔이 준주택으로 분류되면서 도시가스 요금 용도도 덩달아 바뀌었기 때문이다.

고시원이나 오피스텔에서 거주하는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좁은 고시원에서 거주하는 학생이나 직장인들, 오피스텔에서 거주를 목적으로 지내는 사람들이 영업용이나 업무용 요금을 납부해온 것에 대해 부당하다고 느낄 법도 하다.

도시가스 업계는 이 같은 정책이 마뜩지 않은 모양이다. 지식경제부가 내놓은 이번 요금정책은 도시가스 요금 산정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는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 사업자등록증이 있는 세대에 영업용이 아닌 가정용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라 고시원이 숙박업으로 분류돼 있어 영업용 요금을 부과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업계가 기업 이익을 내세워 '밥그릇 지키기'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기 쉽다. 그러나 정부가 과연 명확한 기준을 바탕으로 정책을 내놓은 것인가에 대해서는 따져볼 만한 구석이 있다.

'준주택'이 과연 주택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해석의 차이에 의해 논란을 낳을 수 있는 문제라면 정책 설계 단계에서 분명히 점검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생략한 채 책상 머리에서 정책을 내놓았다는 게 문제다.

국토해양부는 도심 내 소형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준주택 개념을 도입했다. 하지만 막상 고시원 등 준주택이 주택자금 대출시 적용하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 규제 대상이 되자 주택공급의 발목을 잡을 것을 우려해 주택이 아니라고 했다. 수협 관계자는 "법무부에 질의했을 때는 준주택도 주택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지경부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에 맞춰 용도변경을 한 것뿐이라고 항변했다. 주택법 개정의 주체인 국토부가 준주택이 아니라고 한 데 대해서는 "일부 문제가 있다고 해서 주택이 아니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촌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정부가 별 고민 없이 생색내기 행정을 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정책이란 건 한 번 바꾸면 되돌리기 어려운 법이다. 체계가 일관성을 잃게 되면 제도 존립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

지경부는 업계와 사전 협의 없이 정책을 내놓아 업계 관계자들을 당혹케 했다. '친서민'을 앞세운 정책 앞에 딴죽을 걸 수 있는 '대담한' 이들은 없었다.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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