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차관 '태양광' 발언을 곱씹으며

[이투뉴스] "태양광은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다." 박영준 지식경제부 차관의 발언을 두고 뒷담화가 무성하다. 새로 부임한 에너지·자원 정책 수장이 취임 직후 '우리와 맞지 않는', '남이 하니까 따라하는' 일로 태양광을 지목했으니 그럴만도 하다. 어찌보면 태양광은 이 정부가 산파역을 한 '옥동자'임에도 말이다.

발전차액 축소에 RPS체제 전환까지 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했을 산업계 입장에선 '울고 싶은데 뺨을 때린' 모양새가 됐다. 오죽하면 "이 정부가 할 일은 민간의 일을 방해하지나 않는 것"이라는 원성이 나왔을까.

관련주가 급락하는 등 파장이 확대되자 지경부-업계 너나할 것 없이 서둘러 '말을 줏어담고' 있다. 지경부는 "중국에 비해 땅이 좁아 태양광을 많이 설치하지 못한다는 뜻"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고, 산업계는 "어차피 국내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기업은 없다. 한국시장은 관심밖"이라고 애써 평상심을 유지하려는 모습이다. 이러나저러나 어차피 지나면 오해, 와전으로 정리될 해프닝이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그가 산업이 아니라 발전사업을 지칭한 것을 오해했다고 이해할 때 발생한다. '王차관'으로 불리는 이 정부의 핵심 인사에게서, 더욱이 앞으로 재생에너지 정책의 방향타를 쥘 그의 입에서 소신발언처럼 그런 말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곱씹어 볼 일이다. 일언(一言)에 태양광 산업을 바라보는 이 정부의 어두운 인식을 적나라하게 엿봐버린 느낌이다.

우리 정부는 널뛰기 하듯 보급정책이 중심을 잡지 못할 때마다 산업계로부터 너무 혹독한 지탄을 받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언제부터인가 태양광은 미래적, 산업적 가치를 떠나 관료들에게 말이 많고 성가신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발전사업도 정부 보조금을 타내려는 수완좋은 사업가들의 투자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태양광 산업이 잉태돼 오늘날 세계시장에서 빛을 보기까지 양수(羊水) 역할을 했던 내수보급의 가치를 '좁은 땅'과 맞바꾼 부질없는 일로 경시하는 꼴이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보급 정책의 모체인 정부가 이제와 '우리와 맞지 않는다'고 고개를 내젓는다면 그건 보기 씁쓸한 자기부정에 지나지 않는데도 말이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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