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교수의 '빗물칼럼'(32)

[이투뉴스 칼럼/한무영] 골목길의 하수관 허용량보다 비가 많이 오면 골목이 침수된다. 수위가 높아지면 정화조 등의 더러운 물이 깨끗한 빗물과 섞이게 된다. 침수 피해가 발생한 지역에 수인성 질병이 도는 이유다.

청계천 유역에 비가 많이 와서 하수가 하천으로 넘치게 되면 소독을 해야만 사람들이 청계천에 드나들 수 있다. 오수와 빗물이 같이 흐르도록 돼 있는 합류식 하수도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즉 비가 많이 올 때에는 청계천으로 오물이 들어와 섞이게 된다.

하수처리장은 비가 많이 올 때 일정량(평상시 하수량의 3배) 이상의 하수는 처리를 못하고 곧바로 하천으로 흘려 보내도록 설계돼 있다. 그런 날은 일년 중 며칠 밖에 안 되지만 이때 엄청난 양의 오염물질이 하천으로 흘러 들어간다.

공공시설이 주요 오염원이 되는 셈이지만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하천수질 개선을 아무리 외치고 수조 원의 돈을 수질개선 사업에 퍼 부어도 수질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다. 총량 규제라는 법 제도 하에 개인들이 저지른 오염 등 사소한 것은 잡아낼 수 있어도 큰 오염부하는 잡을 수 없어 불합리하다.

위 세 가지 사례 모두 원인은 빗물이다. 깨끗한 빗물을 발생원에서 잡지 않고 하류로 흘려보낸 후 더러운 하수와 섞이도록 관리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빗물이 떨어지는 바로 그 자리에서 모아 하수와 합쳐지지 않도록 하면 위의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매우 깨끗한 수자원을 확보하거나 모은 물은 땅 속에 침투시켜 지하 수위를 높일 수 있다.

서울시민의 상수원인 한강 상류를 예로 들어보자. 춘천에 비가 많이 오면 하수처리장을 우회적으로 통과하도록 돼 있다. 때문에 빗물과 똥물이 섞인 물은 팔당호로 흘러 들어온다. 그 물을 원수로 해 서울시민들은 수돗물을 공급받는다. 정수 처리를 잘 해서 음용수로는 결격사유가 없지만 기분은 찜찜하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서울시민들의 상수도요금에는 톤당 160원의 수질개선부담금이 추가적으로 부과된다. 서울시민들은 돈만 낼 것이 아니라 값싸고 효율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 그래야만 빗물 섞인 하수가 하수처리장으로 적게 유입되고, 똥물이 섞인 하수도 월류수가 팔당으로 가장 적게 들어오기 때문이다.

비용 대비 가장 효과가 큰 방법은 사전에 빗물이 똥물과 섞이지 않도록 하는 빗물을 관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건물의 홈통으로 떨어진 빗물이 하수처리장으로 가지 못하게 빗물저금통을 설치한다. 또는 도로에 떨어진 물이 하수처리장이나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지 못 하게 도로 우수받이 근처에서 모아 약간의 처리 후에 침투시킨다.

최근 들어 하수도가 보급돼 사용하지 않게 된 정화조를 약간의 청소를 하면 매우 값싸게 훌륭한 빗물저장조로 개조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도시의 하수도 시스템이 합류식으로 돼 있어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탓할 필요가 없다.

이 방법을 적용하면 상류 도시에도 이익이다. 하수처리장에 하수가 적게 들어오기 때문에 처리비용이 줄어들고, 빗물저금통에 모은 빗물 만큼 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 빗물을 모으니 국지성 폭우에도 하수도를 이용하는데 문제가 없다. 모아둔 빗물은 여름철 도심에 물을 뿌려 온도를 낮출 수 있고, 텃밭을 가꾸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이는 현 정부의 저탄소 정책에도 부응한다.

이와 같이 상류와 하류 사람들이 모두 행복한  방법(윈-윈)을 최우선으로 수행하도록 정부에서 법규나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세금을 내고 투표권을 가진 똑똑한 시민들이 정부에 이런 대안을 제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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