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규 세인인포테크 이사 (BSI 심사원)

[이투뉴스 칼럼/ 황상규] ISO(국제표준화기구)는 품질, 환경, 안전 분야의 국제 표준을 정하는 국제기구인데, 최근 ISO26000(사회책임)에 관한 규범 제정을 최종 확정했다.

ISO26000은 ISO9001(품질경영)이나 ISO14001(환경경영)과는 확연히 다르다. 주제를 '사회적 책임'이라 하여 지배구조, 인권, 노동, 환경, 소비자, 공정관행, 지역사회발전 등 방대한 분야에 대한 지침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ISO는 산업분야를 중심으로 국제표준을 제정해 왔지만, ISO26000은 사회 전 분야에 걸쳐 각 국가의 상황을 포괄하는 공동의 지침을 마련하고 있어 앞으로 국내외에 걸쳐 사회 각 부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5년 이상 지속된 ISO26000 제정 논의는 지난 12일 마감된 투표에서 77개국이 정회원으로 참가한 가운데 찬성 66, 반대 5, 기권 6으로 93%의 압도적 찬성으로 국제표준 제정을 결정했다. 지난 2월 국제표준 초안(DIS)에 대한 찬성률이 79%였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ISO26000 제정에 대해 산업계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국가차원에서는 찬성 입장에 투표했고, 그동안 줄곧 반대표를 던져온 중국이 찬성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 가장 큰 이변으로 기록되고 있다.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섰던 미국은 이번 최종안 투표에서는 또다시 반대표를 던져 내심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독일, 오스트리아 등은 기권표를 행사했는데, 각 분야별로 찬반이 엇갈리고 사회적으로 충분히 합의되지 않은 결과로 해석된다.

ISO26000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매우 중요하게 고려하는 국제 표준이다.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로부터 모든 이슈가 제기되고 사회관계가 형성되고, 사회문제가 해결된다는 원리에 기초하고 있다.

이번 표준 제정에 참여한 각국의 전문가들은 아마도 ISO26000을 통해 도덕적 윤리적으로 바람직한 새로운 관행과 문화를 만들고 좀 더 밝은 미래를 꿈꾸며, 진정한 휴머니즘, 진정한 민주주의를 추구하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우리사회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논의는 많이 있어왔다. 그러나 이제 CSR에서 C(Corporate)를 빼고 사회 모든 분야에서의 사회적 책임(SR)을 강조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들어 정부차원에서도 '공정한 사회'를 정책기조로 삼고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데, ISO26000의 정신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세계적으로 합의되고 있는 ISO26000(사회책임) 규범은 유엔에서 천명한 '지속가능한 발전'의 관점과도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다소 추상적이었던 환경, 경제, 사회 분야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의 내용들이 각 분야의 사회적 책임으로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국제사회에서는 정부의 사회적 책임(GSR),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USR), 병원의 사회적 책임(HSR), NGO의 사회적 책임(NSR) 등 다양한 관점에서 각 경제 주체들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새롭게 규명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의 이해관계자 참여는 자신의 권리 주장에만 머물지 않고 공동체에 책임있는 주체로서 참여하면서 책임있는 역할을 통해 우리 인류사회가 오래도록 지속가능하게 발전해 갈 수 있도록 하는 핵심적 요소다.

ISO26000 제정을 계기로 기업의 경영 전략도 기존의 주주 중심 경영에서 이해관계자 중심 경영으로 기업 경영 패러다임이 크게 변하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확산되어 온 '지속가능경영'과 함께 ISO26000에 기반한 '사회책임경영'이 활성화하면 기업에 대한 사회의 요구도 증가하지만, 사회적 책임에 최선을 다하는 기업의 경우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사회책임투자(SRI)는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이를 실천하는 기업에 우선적으로 투자하자는 금융투자기관들의 프로그램인데, ISO26000 제정으로 앞으로 사회책임투자는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세계가 실시간으로 하나로 통합되고 있는 지금, '좋은 기업', '착한 기업' 만이 살아남는 무한도전의 게임이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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