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교수의 '빗물칼럼'(33)

[이투뉴스 칼럼/ 한무영] 요즘은 정말 비가 많이 온다. 지난 8월 한 달간 24일 비가 내리고 가을장마로 잠수교가 물에 잠기는 등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여기저기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비가 이렇게 많이 오니 우리나라도 이제는 '물부족국가'를 면하겠구나 하고 안도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전에 물부족을 근거로 내세워 만든 정부정책이나 사업들이 ‘물풍요국가’ 체제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기후에 따라 현명하게 정책을 바꾸는 것이 당연하고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물부족국가다. 그 수치를 만든 정의(定義)와 그것을 사용하고자 하는 집단의 저의(底意)때문이다. 

정부가 사용하는 정의에 따르면 물부족국가인지 아닌지는 간단히 계산해볼 수 있다. 1인당 사용 가용량= 연간 강수량×가용비율×국토의 면적/인구수다. 여기저기 발표된 수치를 보면 우리나라는 이 수치가 1500㎥ 정도 된다. 이 수치가 1700㎥/인/년 보다 적으면 물부족 국가라고 한다. 이 공식에 의하면 물부족 국가를 면하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먼저 공식의 분자에 있는 국토가 넓어지거나 인구가 감소해야 한다. 그런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나머지 물부족국가를 면하는 방법은 비가 많이 와야 한다. 현재 평균치인 1283㎜보다 약 150㎜ 이상 비가 더 내려야 한다. 즉 지금보다 15% 이상 많아져야 물부족국가를 면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홍수가 매년 더 많이 발생하더라도 물부족국가 딱지는 금방 떼지는 못할 것이다. 30년 정도의 통계수치를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금방 물부족국가 딱지를 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 정부에서 댐을 만들거나 4대강을 정비하더라도 이 수치가 늘지 않는다는 것은 산수를 할 줄 아는 초등학생도 다 알 수 있다.

물부족국가라고 주장하는 집단의 저의(底意)를 보자. 이들은 "근거가 희박한 수치를 이용해 물이 부족하니 큰일났다"고 국민에게 겁을 주고 자기들이 원하는 정책으로 몰고 나가자는 생각이 바닥에 깔려 있다. 그들은 의사결정자의 주위에 소위 '물 전문가'를 자처하며 그들의 저의에 반하는 다른 의견을 차단하고 있다.

그 결과 의사결정자에게 들어오는 다른 정보는 몽땅 차단되고, 엉뚱한 소규모 집단의 의사표현이라고 치부한다. 현명한 의사결정자라면 간단한 곱셈만으로도 그들의 논리가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며칠 전부터 팔당에서 초당 8000톤의 물을 방류하고 있는데 하루(86400초) 동안 흘려버리는 양이 7억톤 정도다. 이렇게 며칠만 방류해도 우리나라 물 부족량의 몇년치를 다 버리게 된다.

큰 물그릇인 댐이 정작 물을 저장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다. 물을 저장할 때는 강에 있는 몇 개의 큰 시설에서 모으는 것보다 전체 면적에 걸쳐 수많은 작은 물그릇인 빗물 저장시설에서 모으는 것이 낫다. 또 땅 자체를 스펀지로 보고 침투시설을 만들어 땅 속에 저장해야만 지하수로 돼 나중에 쓸 수 있다.

근거도 없는 수치를 가지고 물이 부족하다고 국민에게 겁만 주는 집단에게 물 관리를 맡길 것인가 아니면 주어진 조건에서 물을 최적으로 관리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에게 물 관리를 맡길 것인가. 그것은 납세자이며 유권자인 국민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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