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재고량에 얽힌 '불편한 진실'을 걱정하며

[이투뉴스] 지난 16일 KBS 2TV 수목드라마 <제빵왕김탁구>가 종영됐다.

50%를 육박하는 시청률 고공행진을 벌인 이 드라마는 막장 논란에도 불구하고 '착한 사람이 잘된다'는 고전적인 주제가 시청자들의 가슴을 파고들어 큰 인기를 끌었다.

매주 수·목요일 밤 10시마다 <제빵왕김탁구>를 기다린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종영되면서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지만, 엉뚱하게도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다는 후문이다.

농식품부는 가뜩이나 쌀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제빵왕김탁구>가 히트를 치며 쌀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전전긍긍했다는 것이다.

쌀 소비가 줄어든 것과 드라마의 관계는 단정지을 수 없지만 실제로 <제빵왕김탁구>가 히트를 치면서 제과점들은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유명 제빵업계 종사자에 따르면 빵소비가 줄어드는 여름철에도 불구, 평균 매출이 오히려 10%정도 늘었다.

최근 몇년간 우리나라의 쌀농사는 계속된 풍년으로 생산량이 급격히 늘었다. 그러나 쌀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올해만 해도 약 50만톤이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쌀 수확기 가격안정을 위해 내년 신곡 소비 예상량 392만톤 이상되는 초과물량을 전량 수매해 격리하기로 했다.

또 초과물량을 매입하기 위한 자금으로 당초 목표보다 2000억원이 늘어난 1조2000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정부가 밝힌 지난해까지 전체 재고는 150만톤에 이른다. 정부가 제시하는 쌀 적정 재고비축량은 72만톤으로 이미 77만톤이나 초과한 상태다.

쌀값의 하락세도 가파르다. 지난해 8월 쌀 한 가마니(80kg)에 15만1000원대였지만 지난 8월에는 13만2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소비자들이 자주 접하는 생활필수품 중 유일하게 가격이 떨어진 상품이 쌀뿐인 셈이다.

문제는 정부가 이런 농촌 문제에 대해 아직까지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는 데 있다.

정부가 지난 8월 31일 발표한 '쌀값 안정 및 쌀 수급균형 대책'은 예상 수요량을 초과하는 생산량을 전량 수매하겠다는 점에서 지난해와 같은 쌀 가격 불안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엿보인다.

1조2000억원이라는 예산이 부담되지만, 예산적자를 감수한다면 쌀값 안정도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이런 대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일단 올해 쌀값은 잡을 수 있겠지만 내년에 수확되는 쌀은 또 얼마나 예산을 쏟아부어 구매할지 의문이 든다.

정부도 쌀 가격 안정에만 신경쓰지 말고 쌀 산업을 자생력을 가진 산업으로 키워보려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농협 등에서 시도하고 있는 쌀막걸리를 필두로 한 쌀 가공식품 개발은 상당히 생산적인 방법이다.

한편 수매한 쌀을 창고에 쌓아만 두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국가 적정재고량을 훨씬 초과한 상태에서 창고에 넘쳐나는 쌀은 차라리 국제사회에 기부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

최근 민간단체를 통해 지원될 대북 수해지원용 쌀은 재고량 해소차원에서 환영받을 만 하지만 그 규모가 쌀 5000t에 한정돼있어 아쉽다.

<제빵왕김탁구>에서 밀가루 빵이 연이어 소개되자 농식품부는 쌀을 가공한 빵도 방송해달라고 요청해, 지난 15일 29회 방송분에서 쌀케이크를 선보였다고 한다.

농식품부의 이런 태도는 고무적이다. 기존까지 정부가 쌀 문제를 해소하지 못 한 이유는 공급자 관점에서만 접근했기 때문이다. 쌀 소비를 늘이기 위해선 소비자 입장에서 접근해보는 방법도 필요하다.

나아가 앞으로는 정부가 쌀 홍보를 목적으로 제작지원한 드라마 <쌀막걸리왕김탁구>가 방송되길 기대해본다.

이준형 기자 jjoon1214@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