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12시간 무방비 상태…원전ㆍ북한 인접측정소 '집중'

핵실험, 원자력 사고 등 중대한 방사능 누출사고를 조기에 감지하기 위해 원자력안전기술원이 24시간 운영중인 방사능감시망에 구멍이 뚫렸다. 북핵 사태로 원자력 당국이 비상체계에 돌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측정기가 잦은 말썽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과기부 산하 원자력안전규제 전문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이하 KINS)에 따르면 철원, 문산, 백령도 등 전국 37개 지역에 설치된 방사능 측정망은 핵심부품인 감지기가 잦은 고장을 일으켜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본지가 KINS 관리 하에 운영중인 ‘국가환경방사선 자동감시망(IERNet)’의 월간 장애발생 현황과 최근 추가로 공지된 유사장애 현황을 분석한 결과 밝혀졌다.

 

애초 원자력 당국은 북한 핵실험 사태가 10월9일 발발하자 남한지역에 방사능 오염을 조기에  차단할 목적으로 IERNet의 정보 수집주기를 당초 15분에서 2분으로 대폭 강화하고, 전 직원이 비상체제에 돌입한 바 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이들 감시망은 감시기의 측정 오차를 교정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감시상태가 해제되는 시간을 제외하고도 최대 112시간 동안 감지불능 상태로 방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큰 문제는 장기간 감지불능 상태에 놓인 이들 측정소가 북측의 방사능을 감시하거나 원자력발전소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이다. 분석 자료에 따르면 IERNet의 감시망에 연동돼 있는 37개 측정소는 올 들어 14회의 크고 작은 고장이 발생했다.

 

이중 지난 9월15~19일까지 약 99시간 동안 감시기에 문제가 발생해 방사능 측정이 불가능했던 장소는 북한과 중국 일대의 방사능을 감시하는 백령 측정소였으며, 지난 7월17~22일까지 전원이상으로 측정불능 상태에 빠진 측정소는 월성원자력발전소가 인접한 양남 측정소로 밝혀졌다.

 

이 밖에도 지난 4월23일 서울북 측정소에서 감시기 고장으로 인해 51시간 동안 방사능 감지가 불가능했던 사고 외에도 2월 3회, 6월 1회, 7월 4회, 9월 2회, 10월 1회 등 총 14회의 크고 작은 고장이 발생했다.

 

만일 해당 측정소의 감시기가 고장을 일으킨 시간에 불의의 방사능 오염사고가 발생했다면 사고를 초도에 인지하지 못함에 따라 엄청난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태가 수차례나 반복된 셈이다.

 

이에 대해 원자력안전기술원측은 “고장이 발생하면 즉각 조치한다는 원칙이 있지만 보수 완료시까지 어쩔 수 없이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시인했다.

 

KINS 방사선환경평가실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고장은 낙뢰나 통신장애에 의해 발생한다”며 “감시기와 전원장치 등이 동시에 문제를 일으킬 경우 보수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의 측정소는 접근성이 떨어진 지역에 위치해 고장이 발생해도 제때 수리가 어렵고, 특히 백령도의 경우 배편이 여의치 않아 최대 며칠씩 마냥 대기한 경우도 발생했다.

 

장비의 노후화와 기타장애에 대처방안이 부족한 점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KINS의 또다른 관계자는 “감시기는 측정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대중적 외산기기를 사용하고 있다”며 “대부분 2002년 이후 신형으로 교체됐지만 4대 가량은 내구연한이 10년에 달해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교체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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