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교수의 '빗물칼럼'(35)

[이투뉴스 칼럼/한무영] 최근 집중강우로 인해 서울 광화문 일대가 침수피해를 당했다. 대책으로 30㎜의 강우를 대비해 하수도를 증설하겠다고 내놨지만 기술검토는 물론 그에 따른 천문학적 비용조달방안이나 시기적 목표도 부족하다. 기후변화에 강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번 피해의 원인을 올바로 파악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빗물관리를 도입할 필요하다.

빗물이 유출 되는 양(Q)은 유출계수(C)에 강우강도(i)와 그 상류의 유역면적(A)을 곱한 값이다 (Q=CiA). 같은 면적(A)에 똑같은 강도의 비(i)가 오더라도 개발 등에 의하여 유출계수가 커지면(C) 빗물의 유출량(Q)은 증가한다.

즉 녹지에 10이란 비가 내렸을 때 내려가는 빗물은 3~4였다면 콘크리트로 바뀐 후에는 6~8이 내려가는 것이다. 개발시 부주의로 두 배의 비가 온 것과 마찬가지 영향이 나타나는 것이다.

침수의 이유는 하수관의 용량보다 더 많은 빗물이 흘러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전에 멀쩡했던 하수관이 넘쳤다면 유출계수의 변동에 대한 대책을 안 세운 것을 탓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원인을 광화문의 하수도 용량부족에서만 찾을 것이 아니라 상류의 북악산 유역의 개발에서 찾아야 한다.

최근의 개발에 의해 상류에서부터 내려온 빗물이 광화문에 설계된 하수도의 용량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전국에 모든 개발된 지역의 하류에서는 항상 이러한 위험이 존재한다. 운이 나쁘게 그 지역에 집중강우가 온다면 어느 지역도 마찬가지 이러한 피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빗물관리가 필요하다. 첫째는 빗물을 버리지 않고 모으는 것이다. 현재의 빗물관리 정책은 비가 내린 즉시 빠르게 하류로 내버리는 것이다. 그 결과 하류의 하수도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지하수위는 떨어지고 하천이 마르는 것이다. 생각을 바꾸어 빗물을 모은다면 홍수를 방지하고, 수자원으로 확보하고, 지하수를 충전시키고, 하천에 물을 공급할 수 있다.

둘째는 다목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현재는 홍수방지만을 위해 만든 빗물펌프장은 일년에 가동하는 날이 며칠 안 된다. 또 더러워진 빗물을 낮은 지대에서 모으기 때문에 사용하려면 처리와 운송에 에너지가 든다. 수자원 확보나 지하수 충전은 생각도 못한다. 생각을 바꿔 홍수와 물 부족, 에너지 절약을 위한 다목적의 시설로 만들면 일년 내내 사용할 수 있다.

셋째는 분산형 관리다. 지금까지는 빗물을 하천 근처에 있는 몇 개 안되는 대형시설에서만 관리를 해왔다. 꽉차있는 팔당댐에 비가 더 오면 아까운 수억톤의 수자원을 버려야만 하고, 그 다음해 봄에는 물 부족을 탓하는 불합리한 관리다.

대신 유역전체에 걸쳐서 여러 개의 작은 시설을 만드는 분산형의 빗물관리를 하면 위험도도 분산돼 안전하게 물관리를 할 수 있다. 작은 시설들은 지역 기술로도 잘 만들고 자발적으로 관리도 할 수 있다.

넷째는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상류의 개발자가 원인을 제공해 하류에 하수관을 증설해야 하는 원인을 제공했을 땐 그 비용을 부담하든지 빗물을 저류 또는 침투시켜 빗물의 유출량을 변동이 없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이 같은 것을 개발 때부터 반영하면 추가비용이 별로 들지 않으며 그만큼 시민의 재해예방 비용도 줄어든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빗물관리 사례가 광진구의 주상복합시설에 실현돼 세계적인 모범사례로 알려져 있다. 개발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홍수방지 및 수자원 절약, 에너지 절약, 비상시 물확보 방안 등 관련된 모든 사람이 윈-윈해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 상생적인 빗물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2005년 서울시를 필두로 47개 도시에서 빗물관리 조례를 만들었다. 안타깝게도 제정당시의 개념을 현실화할 세부 지침 등 후속조치가 만들어지진 않았다. 기존 도시에서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방법은 이 방법 외에는 없다는 것과 우리나라와 같이 열악한 기후조건에서 성공한 정책과 기술은 전 세계 어디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비전을 가지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적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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