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진 한국수력원자력 방사선보건연구원 비상의료팀장

[이투뉴스 칼럼/ 최승진] 최근 천안함 침몰로 46명의 장병들이 순식간에 숭고한 목숨을 잃었다.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안보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불안감과 함께 남북관계는 악화되고 있고,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관심이 서해에 집중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경과를 볼 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어뢰를 이용한 도발을 예상했었고 천안함은 어뢰를 탐지하는 장비가 작동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임무를 맡겼다는 것은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다. 가라앉은 함정은 복구할 수 있겠지만 아까운 젊은 목숨은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 것인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언제나 사고는 예기치 못하게 온다는 것이고 끝내는 아쉬워하는 것이다.

원자력발전소도 사고로부터 안전지대는 아니다. 방사능 누출 사고시 발생되는 피해는 심각한 경우 암이나 백혈병 같은 신체장애나 공황장애, 불안, 우울증과 같은 정신장애와 환경오염이 발생될 수 있다.

원전사고는 지진, 홍수,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나 테러, 전쟁 등에 의한 외부요소 또는 기계의 고장이나 작업자의 실수에 의한 내부요소에 의해 발생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테러에 의한 방사능누출은 없었지만 작업자의 실수에 의한 경미한 오염부상자가 보고된 적이 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방사능누출에 의해 주변지역의 어린이들에게 갑상선암 발생을 야기시켰고 방사능낙진이 한반도까지 왔다는 일부 환경단체의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만일 누군가가 테러를 노리고 있다면 원전이 가장 적합한 목표물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보안이 철저한 곳이라서 실제로 일어날 확률은 낮지만 서해상에서 한미합동훈련기간에 천안함이 어뢰에 맞고 침몰할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듯 유비무환이라는 말대로 대비하는 자세를 늦춰서는 안되겠다.

원전사고를 대비해 정부는 국가차원의 방사능방재대책 계획을 세우고 있고 ‘원자력시설등의 방호 및 방사능방재대책법’상 의료구호는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가 맡고 있다.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자력시설등의 방호 및 방사능방재대책법에 따라 원전 부지별로 방사선비상계획 및 수행절차를 수립·운영하고 있고 그 중 원전사고시 오염부상자에 대한 의료구호는 방사선보건연구원이 수행한다.

우리나라의 방사선비상진료의 역사는 길지 않다.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국회와 환경단체는 원전안전성에 대한 대책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과학적 연구기반 구축 및 방사선에 대한 국민 이해증진 도모를 위한 전문기관 설립이 대두됐고 일본의 국립방사선과학종합연구소(NIRS), 미국의 방사선비상교육센터(REAC/TS), 프랑스의 방사선방어센터(OPRI)를 벤치마킹해 방사선보건연구원이 탄생했다.

방사선보건연구원은 국내 최초로 방사선비상진료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왔다. 이 중 원전사고시 방사선비상진료 업무는 비상의료팀이 맡고 있다. 비상의료팀은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누출사고가 일어나 오염환자가 발생할 경우 의료구호 활동을 하고 평시에는 영광, 울진, 월성, 고리 등 원자력발전소가 매년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전체훈련 중 의료구호 훈련에 대한 훈련평가를 한다. 아울러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연합훈련과 정부주관의 합동훈련에 참가하고, 119구조대원과 발전소 간호사 및 보건물리실 직원을 대상으로 응급구호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비상의료팀의 역할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원전주변의 협약병원을 지정해 신속한 의료구호준비를 한다. 방사성물질에 오염된 부상자를 각 병원에 설치된 오염부상자 전용 치료실인 격리병실로 이송하고 치료하며 내부오염이 의심되거나 집중치료가 필요하면 방사선보건연구원이나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로 후송한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산하 REMPAN의 방사선비상진료센터로 지정돼 사고시 적극적 상호 의료지원을 하고있다.

원자력은 현재 우리나라 전력의 36%를 책임지고 있다. 1956년 원자로가 만들어진 이후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친환경 녹색성장이라는 현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힘입어 원자력발전은 국가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아랍에미리트(UAE)에 한국형 원전을, 요르단에는 연구용원자로를 수출해 세계의 관심과 주요선진국들의 견제를 받게됐다. 그야말로 원자력르네상스를 열게 된 것이다.

이처럼 국내에서 원전건설의 증가뿐만 아니라 국외로의 원전수출로 원자력발전은 각광받고 있고 경제성장을 선도하고 국위선양에 앞장서게 됐다. 그러나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원전의 규모가 커진다면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확률도 커질 것이다. 따라서 비상의료팀의 역할이 다른 어느 때보다도 기대되고 있는 시점이다. 국내 방사선비상의료 수준은 동남아시아나 중동국가에서 견학을 올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선진국에 비해 인력, 시설, 연구등이 아직 빈약한 실정이다. 인력면에서 본다면 의사, 간호사들의 관심이 예전보다 증가된 것은 사실이나 이들을 받아들일 시설이나 인력증강에 대한 투자가 미미하다.

또한 방사선비상의료에 대한 대국민홍보가 부족하다. 최근 원전이 주목을 끌기 전까지는 대부분의 국민들은 원자력발전에 대해 방사능오염, 핵폭탄, 기형아 등과 같은 이미지를 떠올렸다.

이제 도약의 무대에 설 때가 가까워졌다. 방사선비상의료도 새로운 비전을 갖고 웅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혁신적 사고로 실천해 나가야 하며, 정부관계자의 전폭적인 지원과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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