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교수의 '빗물칼럼'(37)

[이투뉴스 칼럼/한무영] 예전에 여러 회사의 콜라를 놓고 상표를 가린 뒤 마시게 하고 가장 맛있는 제품을 고르는 실험이 유행한 적이 있다. 결과를 당장 알 수 있기 때문에 진검승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호와 입맛은 주관적이므로 집단마다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지난 주 서울대학교 교직원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물맛 콘테스트('빗물 챌린지')를 했다. 20리터짜리 통 세 개를 준비해 냉온수기를 거친 물을 마시게 했다.

첫 번째 통에는 수돗물을 넣고, 두 번째 통에는 서울대 39동 건물의 지붕에서 받은 빗물을 저장조에 모은 뒤 0.05㎛(마이크로미터)의 공극이 있는 막분리 공정을 거친 물을 담았다. 세 번째 통에은 시중에서 파는 병물이다. 세통 모두 음용수 수질기준을 충족하기 때문에 안전에는 문제가 없었다.

가장 맛있는 물을 고르는 투표를 한 결과, 모두 의아하고 재미있어 했다. 수돗물 6표, 빗물 23표, 병물이 7표를 얻었기 때문이다.

빗물이 가장 선호도가 높은 이유에 대해 객관적인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 빗물은 원산지가 확실하고 유통경로(마일리지)가 짧다. 지붕에 떨어진 빗물에는 공장폐수나 분뇨 등이 섞이지 않았다고 보장할 수 있다.

둘째 빗물에는 화학물질이 하나도 첨가되지 않았다. 아주 작은 공극을 통과시키는 물리적인 방법만을 사용해 미생물을 걸렀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원료를 사용했기 때문에 제품 또한 좋은 게 당연하다.

너무나 당연한데 의외라고 생각한다면 빗물에 대한 잘못된 선입관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기오염이나 산성비 등 잘못된 정보에 의한 교육이 주범이다. 흙탕물인 강물을 처리해서 먹는 것과 같이 빗물도 처리하면 음용수를 만들 수 있다.

마실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것이 더 안전하고 에너지나 비용이 적게 드는지 비교해야 한다. 이 경우 당연히 이물질이 적게 녹아 있는 빗물이 에너지나 비용이 적게 들고, 안전하다.

아프리카나 남아시아를 찍은 사진이나 영화를 보면 어린이들이 흙탕물을 먹거나 주부들이 20~30kg 되는 물통을 머리나 허리에 이고 물을 길러오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때문에 사람들은 이 지역에는 비가 전혀 안 오든지, 비가 오더라도 흙비가 오는 줄 착각하곤 한다.

그리고 이 지역의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돈과 기술이 많이 들어서 그 나라의 경제나 기술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지난 1월 아프리카에 가서 확인한 결과 아주 깨끗한 비가 많이 오는 것을 보면서 그러한 편견을 말끔히 씻어 버렸다. 비가 올 때 모아 두고 약간의 처리만 하면 누구나 임금님이 마시던 물보다 더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다. 재료비가 전혀 들지 않는 마일리지 제로인 최고급 수준의 빗물을 모아서 마시도록 가르쳐주고 도와주는 것이 그들이 깨끗한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길일 것이다.

우리나라 농어촌에 안전한 물을 공급하려는 공무원도 그릇된 정보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모두들 해수담수화나 장거리 상수도 시설 등 비싼 시설을 공급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비용은 국민의 세금과 지역주민의 수도요금 등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다. 빗물에 대한 생각을 바꾸면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가장 깨끗하고 맛있는 물을 안전하게 공급할 수 있다.

빗물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 싸고 좋은 수돗물을 공급할 책임을 지고 있는 공무원들, 시민단체, 그리고 지역주민들을 모아 놓고 '빗물 챌린지'를 한번 실시해 보자. 그리고 진검승부를 통해 여러 공급대안을 놓고 비교해 보자.

물맛은 물론, 비용, 에너지, 안전성, 그리고 부대효과까지 있는 빗물이야말로 진정한 저탄소 녹색성장의 정책에 맞는 수돗물 공급방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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