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나영

[이투뉴스] "'종 다양화'에 대해 아는가?"

친환경 건축물과 관련한 취재를 다니다보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친환경 건축물의 옥상 녹화, 건물 외벽 녹화 등에 사용되는 식물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의레 이 단어와 마주치게 마련이다.

사전에서는 종 다양화를 '종수-개체수 관계로부터 본 군집구조의 복잡성을 나타낸 것'이라고 표현한다. 쉽게 말해 종류가 풍부하고 각종 개체수가 균등한 것을 '종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종류의 다양성, 개체의 균등함이 친환경 건축물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친환경 건축물을 위한 종 다양화인가, 종 다양화를 위한 친환경 건축물인가가 논란의 주요 골자다.

토종 식물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40cm의 토심을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식물을 옥상에 올리면 기존 건축물은 하중을 견뎌내기 힘들다. 또 신축한다고 해도 식물과 흙, 물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구조 설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만저만 힘든게 아니다.

이로 인해 옥상녹화는 대부분 다육식물, 사막기후식물 등 외래 식물을 사용한다. 뿌리를 길게 내리지 않기 때문에 최대 20cm의 토심만 확보하면 되고 물이 많지 않아도, 관리가 소홀해도 알아서 잘 자라므로 선호도가 높다.

최근 이 식물로 인해 종 다양화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옛말은 이제 진짜 옛날 말이 된 것이다. 녹색도시를 위해 생태계를 파괴할 수는 없지 않은가. 

예전 황소개구리의 등장으로 토종개구리의 씨가 말라갔듯 해외 식물의 등장으로 토종 식물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또 식물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운송시 CO₂가 발생되므로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외래 식물로는 친환경 건축물을 만들 수 없다는 주장을 뒷받침 해준다.

반대 입장에서는 풀이 나서 자라는 땅에 육중한 철근콘크리트 건축물을 세우는 것은 식물의 삶의 터전을 빼앗는 것이므로 건축물 옥상에 보상의 차원으로 자리를 내줘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전자가 주장하는 종 다양성은 기존의 일정한 개체를 유지하며 이 개체들의 수를 늘리는 것인 반면 후자는 종의 수를 늘려 개체수를 늘리는 것이 종의 다양성이라고 주장한다.

누가 옳다고 결론지을 수는 없다. 외래식물이든 토종식물이든 간에 목적하는 바는 똑같기 때문. 국내의 옥상녹화 식물에 관련한 연구가 성과를 거두기 전까지는 누구의 손도 들어주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서로 날 선 대립을 하기 보다는 서로 협력해 최선의 방책을 마련함으로써 녹색도시, 넓게는 푸른 지구를 위한 친환경 건축물 연구를 해줄 것을 기대해 본다.

이나영 기자 nylee@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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