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가전제품 재활용률 80%…합리적인 제도 도입이 관건

"폐기된 가전제품을 재활용하는 것은 환경을 보존하고 자원을 절약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로 소비자의 의무 이전에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일본은 물론 전 세계 가전업계의 환경경영을 선도하고 있는 히타치그룹은 확고한 환경경영 철학과 지속적인 실천으로 전 세계 고객들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특히 투자비의 약 11%를 환경경영에 쏟아 부으며 일본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환경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히타치그룹의 환경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히라노 마나부(平野 學) 환경본부 소장을 만나 히타치만의 환경경영 철학과 실천사례를 들어봤다.


-히타치가 환경경영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일본 기업들은 1996년 정부의 권고사항으로 ‘환경경영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히타치도 1998년 보고서를 발표하기 시작했는데 일본의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1996년부터 늦어도 2000년 이전에 이미 실시해 오고 있다.

 

-히타치의 환경경영 철학은 무엇인가.
▲‘Inspire the Next(차세대를 자극하라)’는 슬로건이 기업의 비전이자 환경경영의 철학입니다. 즉 사회 공헌도가 높은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축함은 물론 차세대에 활기를 불어넣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 꿈이다.

 

-환경경영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가.
▲2005년 투자를 포함한 환경경영에 지출된 비용은 총 1036억엔(약 8400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설비투자비(9547억엔) 약 11%에 해당한다. 또한 환경경영 예산도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환경대책팀의 인력 구성은 어떻게 되어 있는가.
▲환경본부는 지난 1991년 설립돼 현재는 총 20명이 활동하고 있다. 설립 당시 각 부서 경력자들이 분야별로 합류해 구성됐으며 박사급 인력도 2명이나 보유하고 있다.

 

-히타치 환경본부가 가장 주력하고 있는 핵심사업은 무엇인가.
▲환경본부는 히타치가 환경 친화적인 기업으로서 고객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제품의 기획과 생산, 판매, 유통,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0년 정부가 RPS(Renewables Portfolio Standard:신재생에너지 이용 의무화)제도를 추진한 이후로는 폐기된 제품의 수거와 재활용을 통해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환경파괴를 방지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RPS제도를 비롯한 히타치의 환경경영에 소비자들은 어떤 반응은 보였는가.
▲정부가 2000년 처음 RPS를 실시했을 때는 소비자들도 불만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가전제품을 폐기시킬 때 텔레비전은 2500엔, 대형냉장고는 4800엔을 내야했기 때문에 다소 거부감이 있었으나, 제도가 안착되면서 소비자들도 폐제품의 재활용 통해 환경파괴를 막을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됐다. 현재 폐제품의 약 80% 정도가 재활용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시민들의 의식도 변화됐으며 이는 히타치가 환경경영을 실천하는 또 다른 동기가 되고 있다.

 

-환경경영을 실현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환경경영이란 게 어떤 한 과정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 과정에 걸쳐 이루어지게 된다. 따라서 히타치가 만드는 다양한 제품들을 환경 친화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제품 기획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하는데 이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환경경영을 실현하고자 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환경경영은 확고한 비전과 인내를 필요로 한다. 일본이 RPS를 도입할 당시에 가전사들 간에도 거부감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안을 도출해 내기 까지 약 2년간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야만 했다. 따라서 단기적인 계획이나 성과보다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사회에 공헌하고 환경의 가치를 보존할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하고 제도를 만들어가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본 도쿄= 최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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