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선영 한국수력원자력 방사선보건연구원 방사선영향연구팀 박사

[이투뉴스 칼럼/ 남선영] 짧은 가을이 아쉬운 듯 유난히도 맑고 깨끗하게 빛나는 가을 햇살을 맞으며 오늘도 사람들이 바쁘게 출근을 한다. 가로수의 나뭇잎도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아이들도 눈부신 햇살을 맞으며 종종 걸음으로 학교에 간다.

길을 걷다 보면 은은한 향기들이 코를 찌르는데, 수많은 커피 전문점들의 향기가 뇌를 자극한다. 한손에 꽉 찰 만큼 커다란 잔을 들고 지난밤의 찌뿌둥한 몸과 마음을 개운하게 해주는 커피에는 늘 고마운 마음을 갖는다.

단순하게 보이는 까만 액체 속에 거의 1000가지의 화학성분이 포함돼 있고, 그 중 일부는 잔류농약으로부터 기인한 발암물질로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성분이라는 사실도 커피에 의해 맑아지고 신선해지는 내 마음과 의욕에 찬 의지를 꺾지 못한다. 커피뿐만 아니라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음식에도 몸에 해로운 화학성분을 함유하지 않은 음식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다행인 점은 외부 물질에 대한 우리 몸의 방어기전은 놀라울 정도로 발달돼 있다는 것이다. 단지 그 성분이 천연적인 것인지 아니면 인공적인 것인지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 아쉽다. 중요한 점은 어떤 성분이 포함돼 있는지보다는 얼마나 많은 양을 섭취하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맞이하는 맑은 햇살에 방사선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물리학을 전공한 어느 대학 교수님의 칼럼을 본 적이 있다. 우리가 햇빛에 손바닥을 펼치면 1초 동안에 약 1000만개의 광량자가 태양으로부터 날아와서 우리 손바닥을 때리며,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1초 동안에 ‘중성미자’라는 10억개의 방사성 알갱이가 태양으로부터 날아와 우리 손바닥을 때린다고 한다. 생명과학을 전공한 필자도 왠지 두려워서 손바닥을 움츠려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리고 매일 방사성 알갱이를 맞은 후에도 실제로 우리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노출되고 있는 방사선은 아주 낮은 양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아주 낮은 자연 방사선에 매일 노출되며 살아가고 있다. 심지어 우리가 먹는 우유나 바나나 등의 음식에서도 아주 낮은 방사선이 나온다. 이러한 자연 방사선 외에도 뢴트겐에 의해 방사선이 처음 발견된 이래 인간은 식품공학, 생명과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방사선을 널리 활용하고 있다. 방사선 조사 식품, 방사선 멸균기, 방사선 진단기기, 방사선 치료요법 등이 그 좋은 예다.

사람들은 방사선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예전에 한 초등학교에서 방사선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아이들에게 방사선에 대해 알고있는 것을 얘기해 보라고 하니 원자폭탄, 핵무기 등을 언급하며 방사선을 무섭고 두려운 존재로만 생각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방사선이 사람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고 있는데 그것에 대해 얘기해 보라고 하니 아이들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다른 분야는 접어두더라도 의학분야에서도 방사선은 질병진단, 암 치료 등 많은 이익을 주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방사선이 우리 몸 속 세포를 손상하고 질병을 유발한다고만 생각한다. 물론 많은 양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세포가 손상되고 암과 같은 질병을 유발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고 있는 아주 낮은 양의 방사선은 우리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 커피도 과하면 독이 되고 적당량을 마시면 약이 될 수 있듯 무조건 두려운 생각만으로 꺼리고 피할 게 아니라 잘 사용하면 우리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방사선의 이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자연 수준의 낮은 방사선의 인체 안전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전환돼야 한다. 이를위해 정확한 과학적 근거를 갖고 아주 낮은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교육하고 알리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일상 속의 아주 낮은 방사선은 겉보기에 아무런 해를 주지 않지만 실제로 우리 몸에 들어 온 방사선은 몸 속의 세포 내 유전자와 반응하고, 단백질의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일부 연구 결과들에 의하면 높은 선량의 방사선은 세포에 손상을 유발하지만 낮은 선량의 방사선은 세포의 성장을 촉진하거나 면역반응을 증진시키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유도한다. 그러나 낮은 양의 방사선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왜 그러한 현상이 유도되는지는 아직 더 연구돼야 하고 과학적으로 검증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

일상 속에서 아주 낮은 방사선에 꾸준히 노출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생체의 변화를 배재한채 방사선만의 영향을 온전히 밝히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최근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달로 방사선 생명과학분야에도 다양한 최신 연구기법이 도입돼 점점 더 낮은 선량의 방사선에 의한 영향과 메커니즘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과학자들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차츰 더 낮은 선량의 영역으로 연구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아주 낮은 방사선의 영향에 대한 연구가 일부 소규모로 진행될 뿐 체계적인 연구가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지식경제부 원자력발전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연구가 진행되기 시작해 낮은 선량의 방사선이 생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연구 기반을 마련해 오고 있다. 그러나 낮은 선량의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생물학적 반응을 정확히 해석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또 사람들로 하여금 올바른 시각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가 지속돼야 한다.

우리나라 미래 주력 산업인 원자력과 방사선의 평화적인 이용을 위해서는 저선량 방사선의 안전성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제시돼야 한다. 또 이를 통한 꾸준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할 것이다. 누군가 얘기했듯 과학은 우리에게 선택과 판단의 근거를 마련해주고 그를 바탕으로 삶을 윤택하게 하고 미래를 설계하게 한다.

미래의 에너지, 함께 살아가는 방사선. 잘 공존하고 이용하면 우리에게 무한한 미래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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