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기자는 최근 보일러등유 관련 취재를 하면서 업계 관계자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모 정유사가 판매하는 보일러등유는 경유차에 넣어도 마치 경유를 주유한 듯 잘나간다는 소식이다.

요즘 정부부처에서도 잘나가는 사람이 있다.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출신 ‘왕차관’ 박영준 지식경제부 제2차관이 해외 자원외교로 잘나간다는 소식에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지난 9일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는 김영환 의원이 이명박 정부의 실세로 불리는 박 차관에게 최근 전세기를 동원해 아프리카를 순방한 사실을 예로 들며 ‘실세 논란’을 지폈다.

김 의원은 “대통령 실세 측근의 호가호위가 극에 달하고 있다”며 “박 차관은 전세기를 내 28개 기관, 57명을 대동한 매머드급 순방을 다녀왔는데 ‘왕차관’을 ‘소통령’으로 승진시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최근 13박14일 일정으로 중동 및 아프리카를 순방해 이른바 ‘자원외교’를 펼쳤다.

특히 짐바브웨, 잠비아, 모잠비크 등 아프리카 3개국을 방문할 때는 전세기를 빌려 공무원과 대기업 임원 등 28개 기관 57명으로 구성된 민·관합동 대표단을 이끌었다.

대표단에는 총리실, 지경부, 국토해양부, 농촌진흥청 등 정부 부처와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전력 등 공기업 관계자를 비롯해 SK에너지, 코오롱, STX, 포스코, 삼성물산, 현대종합상사, 현대자동차, 현대건설 등 대기업 상무와 이사까지 포함됐다.

박 차관이 지난 2일 잠비아를 방문했을 때는 루피아 반다 대통령이 부통령과 함께 재무부, 광업·광물개발부, 공보부, 보건부, 에너지부, 외교부 등 주요부처 장관 등을 배석시켜 화제에 올랐다. 우리 정부의 차관급 인사가 해외에서 이 같이 극진한 대우를 받은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내년 예산안 심의를 위해 열린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조경태 민주당 의원은 박 차관의 아프리카 출장 비용에 대해 꼬집었다.

조 의원은 “최경환 장관은 순방할 때 전세기를 빌린 사례가 있느냐”며 박 차관의 순방비용에 대한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박 차관 등 대표단은 아프리카 순방 당시 비행기 전세비용으로 약 9만달러를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 순방당시 박 차관을 보좌한 모 협회 관계자는 지난달 출국을 앞두고 기자와 만나 “아프리카는 대부분 후진국인 탓에 부패한 관리들이 많다”며 “비행기를 띄우던지 어디든 이동하려면 그쪽 사람들에게 뒷돈도 찔러줘야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대표단이 비행기 전세비용 외에도 상당한 돈을 들였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조 의원의 의혹 제기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한편 박 차관은 비행기 전세비용에 대해 “참여기업들과 지경부가 똑같이 부담했다”고 해명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정부의 실세로 불리는 왕차관이 ‘n분의 1로 나누자’고 제안하면 이를 거절할 업체가 있을까.

이성수 기자 anthony@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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