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태양광시장 축소 예상…미국, 프랑스 등 해외 수출로 눈돌려

[이투뉴스]독일 태양광 제품 제조사들이 수출 확대를 위해 '독일산 프리미엄(고급형 제품)'을 앞세워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독일산이라는 이미지로 태양광 산업의 저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등 독일의 자동차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성공적인 수출 사례로 꼽힌다. 독일 자동차 제조사들은 고급 제품에 높은 가격을 매겼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특히 중국과 인도에서 고급 독일 자동차에 대한 선호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 성공한 브랜드와 이미지 구축이 태양광 제품에도 먹힐까.

최근 <뉴욕타임즈>와 <로이터> 통신은 독일의 태양광 제조사들이 유명 축구선수나 연예계 스타를 광고에 고용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쟁적이고 빠르게 변화하는 태양광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독일의 대표적 태양광 모듈 제조사인 솔라월드(SolarWorld)는 국외 시장에 자사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텔레비전 광고가 효과적인 미국 등지에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자국의 대표 축구 선수인 루카스 포돌스키를 등장시킨 광고를 찍더니, 이번엔 미국 시장을 겨냥해 미국 배우 래리 해그맨을 고용했다. 그는 TV 드라마 시리즈 <달라스>에서 전형적인 욕심많은 주인공으로 인기를 끌었다. 솔라월드의 새로운 광고에서 그는 석유회사 거물로 청정에너지를 찬양하는 노래를 불러 눈길을 끌었다.

독일 프랑크프루트에 있는 투자회사 쉬브룩스(Cheuvreux)의 필립 범 연구원은 "적극적인 광고 마케팅은 솔라월드와 큐셀(Q-Cells)이 시작했다"며 "아시아와의 극심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한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390억달러 규모의 세계 태양광 산업은 저가의 아시아 제품들이 장악하면서 유럽과 미국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고 있는 실정이다.

아시아 제조사들은 태양광 모듈 부문에서 독일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유럽 제품에 비해 10~20% 가량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면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독일 정부가 보조금 삭감을 발표해 시장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독일 제조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유럽 태양에너지산업협회(EPIA)는 올해 독일에서 예상된 설치량을 8GW에서 3GW로 떨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독일의 제조사들이 고용을 유지하려면 국외 시장을 겨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독일의 태양광 모듈 제조사들이 수출에 더 의존해야 함에 따라 이미지 메이킹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 것이다.

도이치 뱅크의 홀거 프레이 자산관리사는 "고가 제품을 수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며 "아시아 경쟁자들도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데 노력 중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모듈 제조사인 잉리는 지난 축구 월드컵에서 자사 제품에 대한 광고를 내보낸 바 있다.

그는 "그러나 프랑스나 체코, 미국 등 태양광 산업이 성장세에 있는 시장에서는 프리미엄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성공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PIA는 이들 국가들이 2014년 쯤 독일의 태양광 시장 규모를 앞지를 것으로 내다봤다.

범 연구원은 "솔라월드는 특히 미국에 프리미엄 제품을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부분적으로나마 이미 성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솔라월드는 미국 오레곤 주와 캘리포니아 주에 제조공장을 세웠다. 이 두 곳은 미국에서 가장 큰 태양광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솔라월드의 경쟁사인 독일의 솔론(Solon)도 아리조나 주에서 모듈을 제조하고 있다.

독일 기업들의 프리미엄 전략이 자국내에서의 수익을 상쇄해줄만큼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아직 미지수라고 미 언론들은 지적했다. 태양광 산업의 성장세에 있는 국가들에서도 재생에너지 보조금 등 관련 법안이 종종 바뀜에 따라 산업 전망이 어렵기 때문이다.

HSBC는 내년 미국 시장이 기존 예상치인 7%에서 더 높은 11.4%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체코에서는 올해 설치량 1.2GW에서 200MW로 태양광 산업의 붕괴가 예상됐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관련법에 따라 희비가 갈리는 순간이다. 

한편, 스위스 금융기관 Pictec&Cie의 필립 웩 펀드 매니저는 "독일산이라는 것만으로 더 높은 가격을 매길 수 없을 것이다"며 "결국 품질이 결정적일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최고 10개 제품을 두고 본다면 품질면에서 어떤 문제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폰톤(Phonton)이 실시한 2009년 모듈 효율을 기준으로 한 품질 순위에서, 솔라월드 제품이 1위를, 미국의 퍼스트솔라(First Solar)가 2위에 올랐다. 중국의 솔라펀(Solarfun)은 13위에 올랐다. 2010년 7월 한 달 순위에서 솔라펀은 순위를 지켰으나 솔라월드는 14위로 떨어졌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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