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규 세인인포테크 상무이사

[이투뉴스 칼럼/황상규] 지난해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기후변화협약 제15차 당사국총회(COP)가 열렸다. 당시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독일, 일본, 인도, 브라질 등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모여 기후보호를 위한 국제적 합의를 하고자 했지만 각 나라의 이해관계가 얽혀 2012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새로운 의정서 채택에 실패한 바 있다.

그 후 일년이 지난 지금, 멕시코 칸쿤에서 제16차 당사국총회가 다시 열린다. 바로 일년 전의 입장차이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이렇다 할 국제적 합의 초안이 없는 상태라 이번 회의에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지만 기후변화의 국제정치에 둘러싸여 있는 우리나라의 입지와 선택은 여전히 핫이슈다.

오래 전부터 국제적으로 온실가스 의무 감축 압력을 받아 온 우리나라는 2008년 8월 15일 대통령이 '저탄소 녹색성장' 계획을 발표하면서 2005년 대비 2020년까지 BAU(사업전망치) 대비 30% 감축을 선언한 바 있다.

그 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하고, 산업분야의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일차적으로 470개 업체에 대하여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 시행을 발표하였다. 바로 지난주에는 900쪽에 달하는 목표관리제 세부 운영지침이 공표된 바 있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너무 앞서간다는 비판도 있지만 최근 2년 동안 온실가스와 에너지 분야에서 벌어진 일련의 일들은 국내외적으로 볼 때도 획기적이라 할 만하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하는 근거는 1997년 제3차 당사국총회에서 채택한 교토의정서 때문이다. 기후변화협약이 '법'이라면 교토의정서는 '시행령'과 같다. 문제는 세부 시행령 격인 이 교토의정서가 2012년까지의 감축계획만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2013년 이후의 감축계획이 실종(失踪)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국가들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온실가스를 줄이겠다는 자발적 감축 목표를 발표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여전히 미지수다. 대표적 의무감축국인 유럽연합(EU)을 제외한 미국, 캐나다, 호주 등 몇몇 선진국들은 기준년도를 1990년에서 2000년 혹은 2005년으로 늦추어 자국의 부담을 줄이는데 급급하고 있다.

중국, 인도와 같이 인구가 많고 1인당 에너지사용량이 적은 나라들은 탄소집약도(생산액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를 감축기준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어떻게든 총량규제를 비켜가려고만 하고 있어, 지구 생태계 차원에서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분석해 보면 매우 비관적이고 우려스러운 수준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후변화를 둘러싼 국제정세 속에서 한국의 선택은 무엇이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첫째, 에너지 효율화와 절약에 모든 행정력과 지식과 국민들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정부의 에너지 관련 부서에서는 '마른 수건을 더 이상 짤 수 없다'고 강변하지만 아직도 각 분야에서는 에너지 사용이 비효율적이고 낭비 요소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국민들의 생활양식도 지금보다 훨씬 더 저(低)에너지 저(低)온실가스배출로 방향(제도와 정책)이 맞춰져야 한다.

둘째, 국제적 흐름을 적극 반영하고 이를 국내 정책에 도입하여야 한다.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는 영어로 'Target Scheme'이라고 하는데 국제적으로도 낯선 개념이다. 목표관리제는 각 기업별로 기준선(Baseline)을 정하고, 각 기업에게 배출량을 설정해 준다는 의미인데, 이는 유럽의 배출권거래제(Emission Trading)를 위한 사전 활동 단계에 해당한다.

현재 많은 기업 관계자들은 2010년 말부터 시행하는 목표관리제는 뭐고, 2013년부터 시행하겠다고 입법예고한 배출권거래제는 또 무엇이며 그리고 이 둘의 관계는 무엇인지 많은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여러 가지 제도가 서로 뒤섞여 혼란스러울 때는 우선 국제법적 규범에 따라 하나씩 개념 정립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 

셋째, 이제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에서 기후보호 방관자에서 주관자로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기후보호를 위한 국제 논의에서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에 끼어 양쪽으로부터 배제당하는 수모를 겪어 왔다. 그러나 이제 국가 차원의 자발적 감축 목표도  발표한 만큼 더욱 적극적인 기후보호 외교를 펼칠 필요가 있다.

국제회의 유치가 대수는 아니겠지만 2010년 멕시코 칸쿤 회의(COP16), 2011년 남아공 회의(COP17)에 이어 2012년 한국에서 제18차 COP 회의를 유치해 보는 것도 국내외적 관심사를 끌어내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현재 카타르와 한국이 2012년 제18차 당사국 총회 유치를 위해 경합을 벌이고 있는데, 우리 한국이 이 회의를 유치해 기후보호의 관점에서 선진국과 후진국의 입장을 연결하고 공동의 이해를 반영하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한다면 21세기 기후보호와 인류의 생존, 더 나아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크게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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