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교수의 '빗물칼럼'(40)

[이투뉴스 칼럼/한무영] 유럽의 관광명소 중 로마시대 수관교 유적이 있다. 옛날 로마 도시국가를 건설할 때 멀리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한 수로를 만들면서 계곡에 아름다운 다리를 만들었는데 지금은 교각만이 남아 있어 그 덕에 후손들은 짭짤한 관광수입을 얻고 있는 셈이다.

로마의 황제들마다 경쟁적으로 수많은 돈을 들여 수백 ㎞에 달하는 수관교를 건설했다. 수관교는 지금도 토목분야의 최대 걸작 중 하나로 꼽히고 있으며, 그로 인해 로마인은 위대하다는 평을 듣는다. 하지만 그때 들어간 노동력이나 환경 훼손에 비하면 지금 얻는 수입은 동전 몇푼에 불과하다. 이러한 대규모 수로의 건설 계획이나 거기에 의존하는 도시계획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유럽학회 초청 강연에서 로마의 멸망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수관교 때문이라는 주장을 했더니 갑자기 분위기가 술렁거렸다. 하루라도 없으면 도시의 기능이 마비되는 그렇게 중요한 물의 공급을 수십킬로 떨어진 외부에 의존하다보니 외적이 로마를 공격할 때 튼튼한 성곽을 치기보다는 길게 늘어선 생명선을 치기가 쉬웠을 것이고, 그를 방어하기 위하여 예산을 소진하다 보니 직접 간접적인 멸망의 원인이 되었을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그제서야 수긍을 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룬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면서 예술성과 기술성을 마음껏 발휘한 로마의 토목기술자는 아직까지 위대하다. 그러나 이런 식의 결정을 한 로마의 정치가는 매우 우둔하다. 지속가능성은 생각하지 못하고, 당시 세대의 영화만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서양의 선진국들은 대부분 로마를 동경하고 있으며 아직도 정치, 경제, 기술 등에서 로마의 철학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즉, 물을 공급할 때 수관교와 같은 대규모 집중형 시설만을 고집한다. 후진국에 원조를 하더라도 그들의 방법을 고집한다. 지금 당장은 자기들에게는 좋을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과 자연환경, 또는 심지어는 자신들의 후손에게 짐을 지워줄 만한 일이며 이런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교훈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보면 로마식 물관리는 전혀 로만틱하지 않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근대에 들어와서 로마식의 서양 문물을 도입해 집중형의 물관리 시설을 만들어 왔다. 물론 그 덕분에 산업화가 빨리 이룩되고 국제적인 위상을 높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로마의 수관교 사례를 보면 그러한 시설들의 안전성과 유지관리비 부담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은 듯하다. 먼 훗날 자연이나 후손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로마식의 집중형 물관리시설에 의존하는 것은 기후변화나 도시 물공급의 안전성을 유지하는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 예를 들면 100년 빈도의 강우에 대비해 만든 물관리시설에 200년 빈도의 비가 온다면 그 시설의 안전성은 커다란 위협을 받게 된다. 기후변화시대에 이러한 극한강우는 다반사로 일어나기 때문에 기존의 모든 물관리 시설물의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는 현실로 다가온다.

또한 많은 도시가 의존하는 광역상수도 시스템의 한군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상수원에 오염물질이 유입되어 취수를 못한다든지, 펌프장이 고장이 나거나 수리를 위해 가동을 멈추던지, 관로의 일부가 사고나 고의로 인하여 파손된다든지하면 거기에 의존하는 수십만 시민의 물공급의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며 이러한 사례는 자주 현실로 나타났다.

로마식의 집중형 물관리는 유지관리비만 크게 되고 먼 훗날 노후화된 시설은 후손에게 짐이 되며 기후변화에 취약하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집중형 일변도의 로마식 물관리를 분산형과 적절한 조화를 하여 전체 시스템의 안전성을 높이고 후손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물관리를 하여야 한다. 분산형의 관리의 장점은 주식투자자나, 시장의 계란장사도 다 아는 상식에 속한다.

열악한 기후와 지형을 극복하고 우리 선조들은 후손에게 부담을 안주는 물관리 비법으로 삼천리 금수강산을 남겨줬다. 우리도 수백년후 어른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실패한 로마식 물관리를 버리고 성공이 검증된 우리 식의 물관리를 해야 한다. 그 비결을 하나씩 찾아 나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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