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한국을 '다이나믹 코리아'라고 하는데 2013년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도입은 너무 빠르다."

최근 열린 한 토론회에서 정부의 배출권거래제 도입 결정에 대해 지식경제부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이런 볼멘소리는 지경부에서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정부, 특히 녹색성장위원회가 추진하는 제도니 직격탄을 날리기는 어렵지만 우회적으로 배출권거래제를 반대하고 나서는 형국이다.

이런 지경부의 불만은 산업계 목소리의 대변이기도 하나 온실가스에 대한 실권을 빼앗긴 데 대한 반발로 읽힌다.

지난 17일 국무총리실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 예고하고 2013년부터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 2만5000tCO₂ 이상 배출 사업장이 배출권거래제 대상에 포함된다.

이렇게 되면 올해부터 시행된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의 관리업체 가운데 70%가량이 배출권거래제로 편입되게 된다. 결과적으로 목표관리제는 대폭 축소되고 유명무실한 제도가 된다. 불과 몇달만에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바뀐 형국이다. 

지난해 말부터 목표관리제 총괄기관을 두고 벌인 지경부와 환경부의 힘겨루기에서 지경부가 판정승을 거뒀다. 목표관리제의 관리업체를 산업별로 나눠 지경부, 환경부, 국토해양부, 농림수산식품부 등이 관장기관으로 지정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총괄기관은 환경부가 차지했지만 관리업체 가운데 산업계에 해당하는 기업이 가장 많았기 때문에 지경부가 실질적인 힘을 얻게 된 것.

상처뿐인 영광을 안은 환경부는 이번엔 녹색위와 국무총리실을 등에 엎고 배출권거래제 카드를 들고 나왔다. 지경부는 이 논의에서 거의 배제됐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목표관리제와 배출권거래제가 상당히 비슷한데 기업과 공공기관에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면서 "결국 환경부가 배출권거래제로 판을 갈아엎고 목표관리제 때 뺏긴 권력을 되찾겠다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국 산업계만 피해자가 됐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속담처럼 두 정부부처 싸움에 산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여지껏 목표관리제 준비하느라 힘을 쏟았는데 오늘에서야 배출권거래제로 바뀐 걸로 듣고는 황당했다"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난색을 표했다.

더 황당한 건 녹색위의 처사다. 2013년 도입에 대한 산업계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선지 녹색위 고위 관계자는 최근 열린 배출권거래제 공청회에서 "1단계 목표가 2013년부터 2015년까지니 실질적으로 2015년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또 다른 산업계 관계자는 "조삼모사도 아니고 시행시기를 고무줄처럼 바꿔 오히려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목표관리제든 배출권거래제든 국가 온실가스 중기 감축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두 제도다 2020년까지 BAU 대비 30% 감축을 위한 수단이라고 하지만 목표 달성을 위한 부처간 암투와 모략을 보면 주객이 전도된 게 아닌가 싶다.

국제적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부처의 행보라기엔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너무도 많은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다. 형식이나 부처간 힘겨루기보다 내용과 본질에 충실한 국가 온실가스 정책을 기대해 보는 건 무리일까.

김선애 기자 moosim@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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