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난방비·낮은 열효율로 민원 폭주
노원구, 자문위원회 구성 개선 나서

▲ 지난 29일 노원구민회관에서 열린 지역난방 관련 토론회에서 주민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이투뉴스] "지역난방으로 바꾸기 전에는 따뜻했는데 지금은 왜 춥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업체쪽에선 열 배관이 노후돼서 효율 떨어진다고만 말할 게 아니라 교체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형편 안 좋은 주민들은 부담이 무척 큽니다."

서울 노원 지역 아파트 주민들이 뿔났다. 수년간 비싼 지역난방 요금을 내면서도 겨울만 되면 추위에 벌벌 떨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노원을 비롯한 서울 동부지역에 지역난방을 공급하고 있는 업체는 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으로, 공급세대수는 전체 12만여세대 가운데 노원 지역만 9만2000여세대에 달한다.

노원구는 최근 몇 년간 다른 지역보다 높은 난방요금과 비효율적인 단지 내 난방공급 및 분배, 세대간 불공정한 요금부과 등의 문제로 민원이 끊이질 않았다.

이와 관련, 지난 29일 노원구민회관 대강당에서 노원구 지역난방요금 주민대책위원회 주최로 '지역난방 문제점 제도개선을 위한 주민토론회'가 열렸다.

발제를 맡은 박종일 동의대 교수는 "노원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열 요금 경제성 저하, 소형 공동주택의 열 요금 부과방식의 비합리성, 비효율적 열 분배 등으로 인해 사용자가 불편을 겪는 부분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불만이 극에 달한 주민들로 인해 이날 토론회는 노원지역 지역난방의 문제점에 대한 성토장으로 변했다.

중계 건영2차에 사는 한 주민은 "배관 노후가 문제라고 하는데 시설교체비가 1억~2억원 정도라면 하겠다. 하지만 수십억원이 든다"며 "업체 측은 단지 밖 시설에 대해서만 관리하기 때문에 단지 내 시설에 대해선 지원해줄 수 없다고 하는 건 무책임한 처사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몇 년 전 지역난방으로 바꾼 뒤 첫달 요금이 48만원이 나와 깜짝 놀랐다. 관리비가 연체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현재 각 세대별로 유량계가 설치돼 요금이 더 나오고 있는데 열량계로 계량기를 교체할 수 없느냐"고 질의했다.

또 다른 주민은 "처음에 업체 측에서 지역난방으로 교체하면 20~30% 정도 난방비가 절감된다고 해서 바꿨는데 오히려 난방비가 더 나온다"며 "노원구청은 이를 다른 업체가 관리하도록 하든지, 업체가 배관 설치비용 받아갔으니 그것을 배관 교체비용으로 충당하든지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경성 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 기획경영실장은 요금이 타지역에 비해 비싸다는 지적에 대해 "서울지역은 대기환경보전법에 의해 고가의 LNG(액화천연가스)를 연료로 쓸 수밖에 없다"면서 "지역난방공사는 한전의 복합발전소의 저렴한 폐열을 76% 정도 이용하는 데 반해 우리 사업단은 폐열 이용률이 17% 밖에 안 된다"고 답변했다.

세대간 난방공급과 관련해서는 관리사무소 측 관할이라고 선을 그었다. 단지별로 요금격차가 크거나 난방이 따뜻하지 않은 점은 관리사무소 책임이라는 의미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외기온도 변화에 따라 공급온도를 올리거나 내리는데, 날씨가 추울 때 공급온도를 올리게 되면 공급온도와 회수온도 차가 커지므로 톤당 단가가 높아진다. 단가를 낮추기 위해 공급온도를 낮게 설정하기 때문에 따뜻하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 실장은 "열효율을 높이기 위해 발전기를 대형화하려 하는데 주민들은 대체로 대규모 발전시설 설치에 반대하는 편이어서 이 부분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계량기 교체나 노후배관 교체 문제도 주택관리 업체 또는 건설사에서 판단할 사항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토론자 가운데 구민 대표로 나선 황태연씨는 "지역난방을 쓰는 분들은 각 세대에 공급하는 문제까지도 지역난방 업체가 담당하는 줄 알고 오해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다"며 "애초 난방방식을 결정할 때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노원구는 시·구의원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지역난방 개선대책 자문위원회'를 구성, 지역난방과 관련된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연말까지 해당지역 아파트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여 중앙부처, 서울시, SH공사 등 관계기관에 개선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이철재 노원구 지역난방개선대책추진단 지역난방대책팀장은 "노원지역은 특히 열효율이 떨어지고 요금이 많이 부과되는 등 문제가 계속돼왔다"며 "지역난방공사로부터 열 공급을 받는 지역보다 요금을 더 부담하고 있는 게 사실이며 지역난방 사업이 독점사업이다보니 다른 사업자에게 공급받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올해 81개 단지 9만6600여가구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여 세대별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악한 뒤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 노원 중계4단지 내 걸려 있는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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