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교수의 '빗물칼럼'(40)

[이투뉴스 칼럼/한무영] 수천년 동안 어려운 물관리 여건 속에서 살아온 우리 선조들은 그들의 경험을 속담이나 격언으로 남겨 사랑하는 후손들에게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고자 했다.

그 중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속담이 있다. 이 말에 지속가능한 물관리 방법에 대한 교훈이 있다. 위에는 '높이'에 따른 위가 있고 '위치'에 따른 위가 있다. 지위에도 위, 아래가 있다.

산에 내린 빗물은 들판을 거쳐 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아래 있는 강이 맑으려면 위에 있는 산과 들이 맑아야 한다. 만약 산이 더러우면 강물도 더러워진다.

물을 들판에 있는 논이나 밭을 거치게 하거나 되도록 천천히 흘러 들어가게 하면 하천의 오염을 줄일 수 있다. 강에서 아무리 잘 처리한다고 해도 상류의 오염은 해결하기 어렵다. 우리 선조들이 집을 산 밑에 짓고 앞에 들판을 거쳐 강으로 가는 이치를 반영한 '배산임수'의 전통도 하천의 오염방지를 위한 치밀한 계산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강에도 상류와 하류가 있다. 위가 맑으면 아래까지 전체가 맑아지는 반면 아래만 맑게 한다고 위까지 맑아지는 것은 아니다. 위로 갈수록 유량이 작기 때문에 간단하고 작은 시설로 정화가 가능하며, 주민들의 협조를 받아서 처리하는 것이 쉽다.

혹시 한두 군데 실패를 하더라도 안전성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위가 깨끗하면 아래까지 아무런 에너지도 들지 않고 깨끗하게 할 수 있다.

물론 아래에서 깨끗한 물을 퍼서 보낼 수는 있지만 비용과 에너지가 많이 든다. 밑에서 관리하려면 작은 오염물질이 들어오더라도 많은 유량과 섞이므로 전체 유량을 모두 정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대형시설에서 해야 하므로 안전성 확보를 위해 비용을 많이 들여야 하고 만약 문제가 발생하면 그에 따른 위험도 집중된다. 우리 선조들은 상류나 지천에 '물챙이'라는 것을 만들어 내려가는 물을 위에서부터 정화시키는 방안을 고안하기도 했다.

위 아래는 지위의 높낮이에도 해당된다. 위에서 방향을 잘 잡아 줘야 전체가 잘 된다. 만약 위에서 방향이 잘못되면 아래에서 아무리 잘 해도 결과는 틀리게 된다. 물관리의 최고 책임자의 올바른 판단과 결심이 필요한 셈이다.

위를 맑게 하면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전체가 깨끗해지고 생태계가 살아나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실천할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의 말에는 모두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려는 생활 철학이 녹아들어 있다. 서양에서는 지속가능한 방법을 찾고 있지만 우리는 이미 선조들의 검증된 답을 알고 있다.

지속가능한 물관리를 위해서는 위를 맑게 잘 관리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동서고금을 통해 자연과 인간 모두에게 해당된다.

다행스러운 것은 자연의 위 아래는 영원히 바꿀 수 없지만 인간사회에서는 그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