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하는 주부에게 배우는 빗물관리
김장하는 주부에게 배우는 빗물관리
  • 한무영 서울대 교수
  • 승인 2010.12.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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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무영 교수의 '빗물칼럼'(41)

[이투뉴스 칼럼/한무영] 김장은 빈부귀천에 관계없이 겨울에도 채소를 즐기면서 행복한 식사를 할 수 있게 해준다.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것을 각자의 노력으로 확보해 행복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빗물관리와 비슷하다. 물의 공급을 김장에 비교해 현재 물관리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장은 채소 공급의 시기적 불균등을 저장으로 해결하는 방법으로,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고 모든 국민의 참여, 자발적인 창의력 유도 등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은 채소가 부족한 겨울을 대비해 가을에 배추를 저장하는 방법을 고안했으며, 이제 김치는 세계적인 건강식품이 됐다. 각 가정마다 담구는 양은 채소가 생산되는 그 다음해 봄까지 먹을 양으로 결정된다. 온도, 습도, 저장조건 등을 맞추고 미생물의 특성을 최대한 응용해 깊고 다양한 맛을 만들어 냈다.

우선 김장은 분산형이 특징이다. 그 지역에서 나는 농수산물을 사용해 가정의 전통이나 취향에 따라 여러 종류의 김치를 개발하고 집집마다 독특한 맛을 창조했다. 지금도 어렸을 때 고향에서 맛 보던 김치를 생각하면서 군침을 흘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만약 김치를 정부에서 표준화해 집중형으로 공급한다면 유통이나 보관시 비용이 발생하고 맛의 특색이 없어져서 사회적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물관리를 김장담구기와 비교하면 물문제의 해법이 보인다. 우리나라는 '여름 홍수, 겨울 가뭄'이란 말처럼 비가 불균등하게 내린다. 그 해법은 빗물을 저장하는 데 있다. 빗물을 담는 그릇을 만들기 위해 논농사를 장려했고, 곳곳에 작은 저수지를 만들어 분산형의 물관리를 했다.

또 물 때문에 일어날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물 자립형 마을을 만들었다. 지하에 물을 저장하도록 하여 어디서나 땅을 파면 물이 나오도록 관리했다.

김장으로 비유하면 빗물의 의문점을 쉽게 설명할 수 있다. 빗물시설을 여름에만 쓰지 않느냐 하는 사람들에게는 여름에 김장독을 안 쓰기 때문에 김장을 담그지 않을 것이냐고 물어보자.

빗물시설의 경제성을 따지는 사람은 김치를 사먹자고 하다가 배추값이 오를 때 낭패를 당할 수 있다. 김치공급을 남에게 의존하거나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면 가정에서 겨울 내내 식사의 즐거움을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

유지 관리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진 능력을 떠올리게 하면 된다. 각 가정의 장이나 술 담그기 등으로 숙련된 미생물 발효 공정의 최고 기술자들에게 이 정도 관리는 '새발의 피'다. 이를 모르는 남자들이 많다.

또 김장에 빗대 물관리의 잘못된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정부에서는 빗물이용시설을 의무화하면서 사후관리는 안 하고 있다. 이는 김치 맛에는 신경을 안 쓰면서 돈만 쓰고, 맛없는 김치를 담그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최근 지은 어떤 공공건물은 5톤 규모의 작은 빗물시설을 만들어 놓고 친환경적으로 만들었다고 선전을 하고 있다. 이는 식구가 많은 집에서 대여섯 포기 정도의 김치를 담그고 김장을 했다고 자랑하는 것과 같다.

빗물이용시설은 가전제품 정도로 생각하고 누구나 갖다만 놓으면 제 기능을 발휘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것은 김치란 배추를 고춧가루에 버무리는 것쯤으로 생각하고 누구나 맛있는 김치를 담글 수 있다고 착각하는 남자들과 같다.

어떤 사람은 빗물이용시설의 유지관리비가 많이 나오고 득보다 실이 많다고 정책을 부정한다. 맛없게 김치를 담그고나서 장독을 깨버리자고 하는 어리석은 사람과 같다. 이는 김장 자체가 문제가 아니고 김장 담그는 사람의 실력과 정성이 모자란 것이다.

빗물관리는 김장보다 더 심오한 뜻이 있다. 김장을 안 하거나 잘못하면 한 겨울에만 고통을 겪는 데 반해 빗물관리를 잘못하면 겨울 가뭄은 물론, 여름 홍수까지 당할 수 있다. 따라서 김장은 못 해도 빗물관리는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물문제 해결 방법은 이처럼 간단하다. 김장철에 배추 몇 포기를 담그고 맛있게 담궜냐고 물어보는 것처럼 집마다 마을마다 빗물을 얼마나 많이 사용했냐고 물어보는 습관을 만들어 전 국민이 물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맞는 물관리 방식을 우리 땅에서 김장을 오랫동안 담궈 온 주부들의 상식과 경험에서 구해보자. 거기서 전세계 물문제의 해결책이 나올지도 모른다. 우리의 김치가 세계의 식단에 영향을 준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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